미국 유엔본부 내 총회의장/연합뉴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무기로 국제 무대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을 적극 포섭해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미국 연구소인 아프리카전략연구센터(ACSS)는 ‘중국의 다자주의 전략에서 아프리카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중국이 기존의 국제관계와 규범을 재편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ACSS는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아프리카·남미 등 개발도상국)와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고, 국제기구에서 이들의 대표성을 활용해 정치적 지지를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중국은 1960년대 냉전 시대 때부터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왔다. 영국 왕립 연구소 채텀하우스가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1951년부터 매년 외교부장을 아프리카 국가에 보냈고, 이 시기 아프리카 각지에서 벌어진 해방운동을 지원했다. 그 결과 1971년 유엔총회에서 미국의 반대에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를 받아 회원국 자격을 얻고 대만을 축출했다. 당시 중국 가입에 찬성표를 던진 76국 중 26국이 아프리카 국가였다.

그래픽=양인성

2013년 일대일로 사업 시작 후 중국은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고, 각종 시설을 지어줬다.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신규 투자 금액 규모는 지난해에만 34억달러(약 4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런 대대적 투자는 아프리카의 ‘묻지 마 지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2020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는 서방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말살했다고 비판한 홍콩 국가보안법을 의제로 다뤘는데, 이 회의에서 아프리카 25국이 중국의 입장을 두둔했다. 또 중국 공안 당국이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를 자행했다는 내용이 담긴 2022년 9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보고서에 대해 아프리카 28국은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하고 있으며,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는 중국 측 항의 성명에 동참했다. ACSS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엔에서 신장위구르·티베트·홍콩에 대한 중국의 인권 탄압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에 참여한 아프리카 국가는 전무했다.

ACSS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이뤄지는 중요한 표결에서 아프리카 국가 정부들은 중국 관리들과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아프리카는 (서방에 대항해) 다각적인 글로벌 질서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