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윌머트 박사가 2003년 사망 후 박제돼 에딘버러 박물관에 전시된 복제 양 돌리와 찍은 사진./PA images/로이터 커넥트

인류 최초로 포유류인 복제 양(羊) ‘돌리’를 탄생시켜 세상에 충격을 안겼던 영국의 과학자 이언 윌머트가 별세했다. 윌머트 박사가 수십 년 동안 근무했던 영국 에든버러의 로슬린 연구소는 윌머트 박사가 파킨슨병으로 오랜 투병 끝에 10일(현지 시각)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향년 79세.

복제양 돌리를 만든 영국 과학자 이언 윌머트 박사. /AP 연합뉴스

윌머트 박사는 지난 1996년 로슬린 연구소에서 키스 캠벨 전 교수와 함께 다 자란 양의 체세포를 복제해 돌리를 만들었다. 이들은 당시 6년생 양의 체세포에서 채취한 유전자를 핵이 제거된 다른 양의 난자와 결합해 대리모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포유동물 복제에 처음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동물 복제 연구가 본격화하고, 파킨슨병 등 노화로 인한 질병 치료법 개발의 기대가 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돌리의 놀라운 탄생을 발표하면서 전세계 언론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며 “(동시에) 복제의 윤리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고 했다. 영국 BBC는 “윌머트의 작업은 줄기세포 연구의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가수 돌리 파튼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돌리는 2003년 2월 6살의 나이에 폐 감염으로 사망했다. 돌리는 지난 2003년부터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성체 양 세포에서 핵이식을 통해 생산된 최초의 복제양 돌리. /AP 연합뉴스

윌머트 박사는 돌리 복제 이후엔 복제 기술을 이용해서 재생 의학에 쓰이는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전념했다. 2012년 은퇴한 윌머트는 2018년 파킨슨병 진단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한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병 진행을 늦추는 새로운 치료법 연구를 후원하겠다”고 했었다.

윌머트 박사는 교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 일찍이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노팅엄 대학교에서 동물 과학을 전공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액과 배아의 동결을 통한 보존에 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