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트위터에 올라온 러시아 쇄빙선과 유조선의 북극해 항해 장면./트위터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피해 중국에 원유를 수출하기 위해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빙산과의 충돌에 대비해 선체를 강화한 유조선이 아닌 재래식 유조선을 사용하는 탓에 자칫 기름 유출 등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이달 초 항구도시 무르만스크에서 유조선 ‘레오니드 로자’호와 ‘NS 브라보’호를 출항시켰다고 보도했다. 무르만스크는 노르웨이·핀란드와 인접한 러시아 최북서단에 위치한 도시로, 북극해로 가는 길목인 바렌츠해에 접해있다. 최대 1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운반할 수 있는 이 유조선들은 북극해를 통과하는 ‘북극항로(NSR)’를 거쳐 중국으로 향한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는 서방으로부터 원유 수출 제재를 받고 있다. 이에 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판로를 바꿨는데, 원유 수출 거리가 길어지면서 운송 시간과 비용이 대폭 늘어나자 북극항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FT에 따르면 러시아 북부 프리모르스크 항구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해 중국으로 가는 일반적인 여정의 경우 45일이 걸리지만,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면 10일이 단축된다. 한 번의 항해 당 절감되는 연료비만 50만 달러(약 6억 6600만원)다. FT는 “지난해 북극해 항로를 통해 중국으로 향한 러시아 유조선은 1척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벌써 10척의 유조선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유조선 중 대부분이 북극해에 널린 얼음이나 빙산에 대비한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달 러시아가 중국에 보낸 유조선 2척은 빙산 충돌 등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아이스 클래스’ 급이 아니었다. 이 유조선들은 선체가 얇은 탓에 내구성이 떨어지고, 쇄빙 기능이나 석유가 유출될 경우에 대비한 기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선박으로 북극해를 항해할 경우 최악의 상황에 기름 유출 등으로 인한 ‘환경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극 전문 기자 말테 험퍼트는 “(북극해 항해는) 석유를 판매하려는 러시아의 절박함을 보여준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에너지를 판매하는 것을 환경보다 우선시 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FT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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