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6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교류 확대에 합의했지만, 오염 처리수·중국의 군사 활동 등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중·일 정상회담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년 만에 열렸다.
17일 NHK·CCTV 등에 따르면, 기시다는 회담에서 시진핑에게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의 즉각적인 철폐를 요구했다. 중국은 지난 8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 처리수를 방류한 것에 반발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기시다는 기자들과 만나 “오염수 문제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은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바다 방류는 전 인류의 건강과 전 세계 해양 환경, 국제 공공 이익에 관련된 문제”라며 “일본은 국내외의 합리적인 우려에 진지하게 대응하고, 책임감 있고 건설적인 태도로 합당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두 정상은 이어진 대화를 통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전문가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또 기시다는 회담에서 중국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설치한 부표를 즉시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기시다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중국이 일본 주변에서 러시아와 협력해 군사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중국이 반(反)간첩법으로 구속한 일본인의 조기 석방도 요구했다.
그러나 시진핑은 “역사와 대만 등 중대한 원칙적 문제는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반과 연결돼 있다”면서 “일본은 반드시 신의를 지켜 중·일 관계의 기초가 훼손되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또 “중·일 경제 이익과 산업망·공급망은 깊숙이 연결돼 있다”며 미국의 제재에 일본이 동참해선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진핑은 “양국은 전략적 호혜 관계를 재확인하고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걸맞은 중·일 관계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도 “일본과 중국은 지역과 국제사회를 리드하는 대국으로서 세계의 평화·번영에 공헌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중국 국영 CCTV는 “중·일이 향후 고위급 경제 대화와 인문 교류 협상 회의를 열고, 국제·지역 문제를 소통·조율하면서 기후변화 등에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