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1)이 30일(현지 시각) 전날 향년 100세로 별세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에 대한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자주 의견이 달랐다”면서도 키신저 전 장관의 “맹렬한 지성과 심오한 전략”을 평가했다.
백악관이 전직 주요 지도자의 부고에 대해 통상 당일 애도 성명을 발표하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늦은 애도 성명은 다소 이례적이다. 키신저 전 장관이 공화당 소속인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보좌했고, 그의 여러 정책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민주당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키신저 박사를 처음 만났을 때를 결코 잊을 수 없다. 나는 젊은 상원의원이었고 그는 세계 정세에 대해 브리핑해 주는 국무장관이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2년 11월 만 30세의 나이로 처음 상원의원에 당선돼 이듬해 1월 취임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69~1977년 국무장관을 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30대 초반의 젊은 상원의원으로서 50대의 키신저 당시 국무장관과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의 경력 전반에 걸쳐 우리는 자주 의견이 달랐다. 자주 강하게 그랬다”면서 “그렇지만 첫 브리핑 때부터 그의 맹렬한 지성과 심오한 전략적 초점은 눈에 띄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키신저 전 장관이) 공직에서 은퇴하고서 한참 뒤에도 여러 세대에 걸쳐 가장 중요한 정책 토론에 대한 그의 견해와 생각을 계속 제시해 주었다”면서 “질(바이든 대통령의 부인)과 나는 그의 아내 낸시, 그의 자녀 엘리자베스와 데이비드, 그의 손주와 그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애도를 보낸다”고 했다.
백악관이 뒤늦게 이런 성명을 내놓은 데 대해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키신저의) 비판가들이 그를 ‘전범’이라고 매도하는 가운데 백악관이 조심스러운 문구를 신중하게 제시했다”고 평했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바이든의 성명은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국무장관이자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하며 (여론을) 양극화시켰던 외교관 키신저가 별세한 뒤 거의 24시간 후에나 나왔다”며 “키신저는 특히 1970년 미국의 캄보디아 폭격 및 침공 등에서 했던 그의 역할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고 했다.
키신저 전 장관과 좀 거리를 둔 이날 애도성명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2007년 상원 외교위원회의 ‘이라크의 미래’ 청문회에 그가 출석했을 때 상당한 찬사를 보낸 적 있다.
당시 상원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은 증언을 하러 나온 키신저에 대해 “효율적 외교, 효율적인 미국 외교와 동의어이고 미국에서 가장 전략적 사람 중 한 명이란 사실에 대해 논쟁을 벌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당신에게 배울 기회가 있었던 오랜 세월에 걸쳐 내가 깨달은 점 중 하나는 우리는 언제나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키신저의 추도식은 뉴욕에서 열릴 것이며, 그는 (워싱턴DC 인근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힐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