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억2200만명으로 세계 12위 인구 대국인 일본에서 ‘2100년 인구 8000만명을 지키자’를 목표로 내건 국가 전략이 나왔다. 일본이 필사적으로 인구 감소를 막는 데 성공하는 장기적인 ‘최상의 시나리오’로 인구 8000만명 사수를 설정한 것이다. 정부가 총력전을 펼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인구가 5100만명까지 급감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의 인구가 지금의 한국 수준(통계청 추계, 2024년 기준 5175만명) 정도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10일 요미우리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계·학계의 민간 지식인으로 구성된 ‘인구전략회의’는 9일 ‘인구 비전 2100′을 작성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전달했다. 기시다 총리는 정책 제안서를 받고 “현 세대에게는 다음 세대의 미래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 관과 민이 함께 사회의 의식 개혁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전략회의는 대책으로 청년 고용 개선, 여성 취업 촉진, 종합적인 육아 지원 제도 구축 등을 제안했다. 또 총리 직할 조직으로 실질 권한을 쥔 ‘인구전략 추진 본부(가칭)’를 설치하는 한편 정치권에는 여야를 포괄하는 초(超)당파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인구비전 2100′은 일본이 2100년에 지향할 목표로 ‘안정적이고 성장력 있는 8000만명 국가’를 내걸었다. 일본 인구는 2008년 1억280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수십만명씩 감소하는 추세다. 일본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현재 추세라면 일본의 인구는 2100년에 5100만~6300만명까지 줄어든다고 전망하고 있다.
인구전략회의는 “인구 감소에 제동을 걸지 못하면 어떤 중대한 사태가 일어날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고령화나 지방 소멸로 (사회의) 진보가 멈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1.26명인 합계 출산율(2022년 기준)을 2060년까지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2.07명으로 끌어올려, 인구 감소 추세를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는다고 예상되는 자녀 수다. 한국의 0.78명보다는 훨씬 높은 일본이지만, 국가 소멸 수준의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합계 출산율은 2.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