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스타 마돈나(66)가 현재 진행 중인 순회 공연 이름은 ‘40년 축하 투어’다. 1984년 10월 발표한 댄스곡 ‘라이크 어 버진’의 메가톤급 히트에 힘입어 음악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는 특별한 해를 기리고 있다. ‘라이크 어 버진’뿐 아니라 1984년엔 세계 대중음악사(史)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명곡들이 대거 배출됐다. 영국의 음악 방송 플래닛 라디오는 지난 3일 ‘2024년에 40주년을 맞는 팝송 24곡’을 소개했는데, 1984년에 이렇게 많은 명곡들이 몰아서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애창·애청되는 노래들이 많다.
한때 마돈나의 라이벌이었던 신디 로퍼(71)의 ‘타임 애프터 타임’, 마이클 잭슨과 쌍벽을 이뤘던 프린스(1958~2016)의 ‘퍼플 레인’, 미국 록의 대부 브루스 스프링스틴(75)의 ‘본 인 더 유에스에이(USA)’, 라이오넬 리치(75)의 ‘헬로’, 필 콜린스(73)의 ‘어게인스트 올 오즈’ 등이다. 조지 마이클(1963~2016)이 속한 듀오 왬이 발표한 ‘웨이크 미 업 비포 유 고 고’, 조지 마이클이 솔로로 발표한 ‘케어리스 위스퍼’, 스티비 원더(74)의 ‘아이 저스트 콜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도 이해에 나왔다. 24곡엔 포함돼있지 않지만 록 밴드 밴 헤일런의 ‘점프’,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도 1984년을 대표하는 노래다.
한 시절을 풍미한 이 노래들의 40주년은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기념되고 있다. ‘퍼플 레인’은 연극으로 제작 중이다. 토니상을 수상한 연극 연출가 오린 울프가 제작을 주도한다. ‘점프’는 책을 통해 조명되고 있다. 미국 폭스19TV는 최근 ‘점프:1984년 밴 헤일런 콘서트 참석 40주년’이라는 신간을 소개하면서 저자 짐 서거와 인터뷰를 했다. 미 해군에서 복무하고 유통업·항공업에서 종사해온 그는 프로 저술가는 아니지만, 청소년 시절 보았던 콘서트에서 받았던 강렬한 인상과 밴 헤일런의 음악이 인생에 끼친 영향을 담백하게 쓴 책은 출판가의 호평을 받고 있다.
1984년 음악에 대한 잇단 조명이 미국의 문화와 국력이 거침없이 뻗어가던 1980년대에 대한 향수(鄕愁)를 드러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해 나온 노래 중엔 밝은 분위기로 귀에 감기는 달콤하고 서정적 멜로디가 많다. 베트남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1970년대에 사회성 짙은 포크와 록, 실험·전위적 음악의 비중이 높았던 것과 차별된다. ‘보는 음악’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음악방송 MTV 개국(1981년)과 마이클 잭슨 ‘스릴러’ 앨범의 메가톤급 히트(1982)의 영향이 1984년 본격적으로 꽃피웠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대중문화지 롤링스톤은 이런 점을 짚으면서 “1984년은 팝 음악이 가장 우뚝 섰던, 팝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해”라고 했다. 팝의 전성기 당시 정치·사회적 상황도 주목받고 있다. 1984년은 공산 진영에 맞서 자유 진영의 수호자를 자처한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행정부의 전성기였다. 1970년대 베트남전 철군과 이란 이슬람 혁명에서 미국의 굴욕적 패퇴를 지켜본 미국인들은 ‘강한 미국’을 구축하는 레이건에게 열광했다. 이는 이해 11월 대선에서 레이건이 미국 50개 주 중 49주의 선거인단을 석권하는 기록적 압승으로 이어졌다. 이해에는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도 열렸다. 냉전으로 인해 소련 등 공산권이 대거 불참한 ‘반쪽 대회’였지만, 역으로 ‘자유 진영의 축제’ 분위기가 났다. 미국은 전체 금메달 중 37%인 83개를 쓸어담아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구축된 미국인의 자신감과 여유가 대중문화 콘텐츠에도 그대로 반영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수들은 사랑과 희망, 분노 등 개인적 소재를 자유롭게 노래했다. 영화계에선 미국의 영웅들이 귀신이나 악의 무리와 맞서 승리하는 설정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디아나 존스’ 2편과 ‘고스트 버스터즈’가 나와 세계 극장가를 휩쓸었다.
‘우리가 세계를 지킨다’는 서방 사회 전반의 자부심은 1984년 끝 무렵 팝스타들을 의기투합하게 만들었다. 이해 성탄절에 아프리카 대기근을 돕자는 취지로 영국의 팝스타들이 팀(밴드 에이드)을 꾸려 자선곡 ‘두 데이 노 잇츠 크리스마스’를 발표했다. 자극받은 미국 팝스타들도 모였고, 이듬해 1월 자선곡을 발표했다. ‘유에스에이 포 아프리카’의 ‘위 아 더 월드’다. 1984년 말부터 초고속으로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더 그레이티스트 나이트 인 팝’이 18일 개막하는 독립영화 전문 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