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지속돼오다 미·중 관계 경색으로 단절의 기로에 섰던 ‘판다 외교’가 공식적으로 부활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이 중국에서 판다 한 쌍을 반입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판다의 ‘신상’까지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판다 외교의 발상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동물원의 판다 가족이 한꺼번에 중국으로 떠난 뒤 약 5개월만이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29일 “중국 야생보호당국과의 협력으로 다섯살짜리 수컷 윈촨(雲川)과 네살짜리 암컷 신바오(新寶)를 맞이하고 돌보게 돼 뜻깊다”며 반입 사실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미국에 다시 판다를 보내겠다며 판다 외교 재개 의사를 밝힌 뒤, 중국 당국이 샌디에이고에 판다를 보낼 것이라는 계획이 알려졌는데 판다의 신상까지 공개하며 확정됐음을 알린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반입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미 연방 어류야생동물보호국과 반입과 관련한 제반 사안을 협의 중이라고 동물원측은 밝혔다. 동물원 측의 이번 발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 및 왕이 외교부장과 만나 양국간 각종 현안을 논의하고 출국한 뒤 사흘 만에 나왔다. 동물원 측이 발표 시점 중국 및 미국 당국과 사전에 협의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 남부에 자리잡은 샌디에이고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동물원과 수족관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2019년 판다 임대차계약 만료로 보유하던 판다를 중국으로 보낸 뒤 5년만에 다시 새 판다를 맞게 됐다. 동물원은 판다외교의 명맥을 이어갈 판다 커플의 신원도 자세히 공개했다. 특히 윈촨은 2000년대 샌디에이고 판다우리에 살면서 여러 차례 번식에 성공했던 ‘바이윈(암컷)’과 ‘가오가오(수컷)’의 손자다. 둘 사이에서 2007년 태어난 암컷 ‘젠젠’이 엄마다.
샌디에이고에 판다가 다시 들어올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언론들 사이에서는 바이윈·가오가오의 후손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실제로 그렇게 된 것이다. 동물원은 ‘구름으로 된 큰 강’이라는 뜻의 윈찬의 이름은 판다들의 고향인 쓰촨지역 숲속의 운무를연상케 한다고 설명했다. 이 수컷과 짝을 이룰 암컷 ‘신바오’는 근친혼 상황을 피해 혈통과 족보를 따져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동물원에 있는 판다는 동남부 조지아주 애틀란타 동물원에 있는 네 마리가 전부인데, 이들도 올 연말 임대차계약 만료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에 판다가 한마리도 남아있지 않게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르면 여름, 늦어도 가을에는 반입할 수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1972년 4월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가 전격 방중한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 부부를 통해 판다를 선물하면서 판다외교의 시작을 알린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동물원의 판다 우리는 당분간 주인 없는 빈 우리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중국과의 물리적 거리도 가깝고 중국 출신 등 아시아계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두드러진 캘리포니아에서 판다외교를 재개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판다 재반입 소식은 기술·안보·경제 등 현안마다 파열음을 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 속에서도 안정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부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현지 언론들은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판다 재반입 발표 소식을 일제히 비중있게 보도했다.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푸바오 열풍과 더불어 판다가 중국의 확실한 외교 무기임을 각인시키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