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피습된 뒤 경호요원들에 긴급히 둘러싸여 있다 대피하는 장면이 동영상에 생생하게 포착됐다. 현장에서 범인을 제압하고, 트럼프를 보호하고, 이후 상황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한 곳은 미 연방 기관인 비밀경호국(Unites States Secret Service)이다. 세계의 시선은 앞으로 USSS의 발표에 쏠리게 됐다.
미 연방 정부와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USSS는 미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연방 사법기관 중 한 곳이다. USSS가 설립된 해는 1865년. 공교롭게도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암살로 생을 마감하던 그 해다. USSS의 기능은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경호처와 비슷하다. 하지만 설립 초창기에는 경호담당기관이 아니었다. 남북전쟁 종식과 노예 해방 등 격동의 사건들이 벌어지던 1860년대 미국에서 통용되던 화폐의 3분의 1이 위조지폐일 정도로 금융시장은 혼탁했다.
여기서 파생되는 각종 금융범죄를 담당하는 사법기관의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865년에 설립됐다. 초창기 성격은 오히려 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나 일선 검찰청의 금융담당 수사부서와 비슷했다. 이렇게 설립된 USSS가 첫발을 뗀 그 해 링컨 대통령이 총격으로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으면서 연방 대통령을 전담할 체계적 경호 조직의 설립 필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정작 경호 기능이 추가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1881년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이 취임 여섯달만에 암살되면서 경호전담부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미 역사상 최초로 4년 임기 뒤 4년을 쉬고 재선하는 ‘징검다리 임기’를 실현한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 시절에 USSS가 경호 업무를 시작했지만, 본업인 금융수사에 딸린 부수적인 임무 수준이었다. 이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첫해인 1901년 피격 사망하면서 암살에 희생된 세번째 현직 대통령이 된 다음에야 체계적인 경호 조직의 틀을 갖추게 됐다. 의회의 주도로 관련 입법과 예산이 편성되면서 대통령 경호조직으로서 USSS가 본격적으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링컨 대통령 재임기 설립됐을 때 재무부 소속이었던 USSS는 2003년 국토안보부 소속으로 바뀌었다. 국토안보부는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신설한 연방 부서다.
이렇게 경호 기능에 방점이 찍히면서 처음엔 대통령과 당선인 등으로 한정돼있던 경호 대상은 이후 배우자와 미성년 직계가족, 부통령 부부 등으로 순차적으로 확대됐고 전직 대통령과 가족들도 USSS의 경호 범위에 들게 됐다.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확대되면서 USSS의 관할범위도 더욱 넓어졌다. 대선 120일 전부터는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과 배우자들도 USSS의 경호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등 요인 경호 및 테러 방어가 필요한 주요 행사들의 경호도 담당한다. 트럼프가 피습당한 펜실베이니아 유세장, 지난 9~1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정상회의에서 USSS 요원들을 볼 수 있었던 이유다.
설립 본연의 임무인 금융범죄를 비롯해서 사이버·테러 등 국가 기반을 위험에 처하는 각종 범죄 행위에 대한 수사 기능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FBI(연방수사국)나 CIA(중앙정보국) 못지 않은 무소불위의 사법기관이라는 인식도 있다. 기관명에 ‘비밀’이 붙을 정도로 은밀하게 움직이는 대테러·사법기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소속 직원들이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간혹 일어났다. 2022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이스라엘 순방 경호를 위해 현지에 파견됐던 경호원들이 음주 난동 등의 물의를 일으켜 송환되는 일이 있었다. 2015년에는 경호원들이 관용차를 몰고 음주운전을 하다 백악관 바리케이드를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