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로고./아마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미국 아마존이 일본에서 처방약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다. 대형 약국 체인과 손잡고 환자가 처방전을 온라인으로 등록하면 집으로 처방약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다. 원격진료가 허용된 일본에서 환자들은 온라인으로 의사의 진료를 받고 집으로 처방약을 배송받을 수 있게 된다. 6만 곳이 넘는 일본 약국들은 아마존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게 됐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아마존재팬은 연내에 일본 최대 규모 약국 체인인 웰시아를 포함한 복수의 대형 약국 체인과 협력해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용자가 아마존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처방전을 올리면 약국 체인과 연계해 기존 배송망을 통해 약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 온라인 처방약 배달은 합법이지만, 판매자는 약사를 통해 환자에게 처방약의 복용 방법과 주의점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아마존과 협업하는 대형 약국 체인에서 이 일을 맡게 된다. 아마존은 웰시아 등에서 처방한 약을 환자의 집까지 배송하는 역할을 한다. 여느 상품과 달리 재고나 반품 부담이 없다. 배송료를 제외하면 환자가 부담하는 가격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에서 약국은 점포 수가 편의점(약 5만6000개)보다 많은 6만2300여 개에 달한다. 약사 한두명이 동업하는 동네 약국이 적지 않다. 7조8000억엔(약 69조원)에 달하는 처방약 시장이 있어 가장 탄탄한 자영업자로 여겨져 왔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장인 데다 디지털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많다 보니 처방전을 갖고 가도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 아마존이 ‘온라인 약 배송’으로 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면, 그만큼 동네 약국의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도쿄상공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약국 기업 15곳이 도산했는데, 80% 이상이 종업원 10인 미만의 중소 규모였다.

닛케이는 “최근 들어 동네 약국이나 중소 약국 체인은 대기업 약국 체인의 등장으로 경영이 점차 나빠지고 있었다”며 “세계 최강인 아마존이 처방약 시장에 진출한 만큼, 오프라인 약국의 재편이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