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각)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두 명의 여성이 연단에 올라 사상 첫 흑인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카멀라 해리스를 응원했다. 8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보다 전국 득표에서 300만표를 더 얻고도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77) 전 국무장관은 “카멀라 해리스는 우리를 이끌 경험과 캐릭터, 진실성을 모두 갖고 있다. ‘대통령 해리스’는 항상 우리를 위해 싸울 전사(戰士)가 될 것”이라고 했다.

힐러리는 1968년 최초의 흑인 여성 의원이 돼 대선 경선에 도전한 셜리 치점(1924~2005), 198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첫 부통령 후보에 지명된 제럴딘 페라로(1935~2011) 전 하원의원, 그리고 본인을 호명하며 “우리가 깰 수 없는 유리 천장은 없다”고 했다.

해리스는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한 직후 클린턴 부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뉴욕타임스는 “힐러리가 망설이지 않고 해리스 지원에 나섰다”며 “두 여성은 지난 몇 년 동안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러닝메이트 같은 중요한 결정을 논의하며 유대감을 형성해 왔다”고 했다.

힐러리는 한때 미 정가에서 ‘욕망의 화신’처럼 여겨졌지만 과거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민주당의 원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언가 잃은 것, 무언가 얻은 것’이란 제목의 신간을 냈고, 9월부터 전국 순회 북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근친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백해 여성의 낙태권 부활의 당위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오른 23세 해들리 듀발이 19일(현지시각) 시카고에서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날 주목받은 또 다른 연사는 켄터키주에서 온 여대생 해들리 듀발(23)이었다. 그는 민주당의 대선 핵심 공약인 낙태권 부활의 당위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듀발은 5살 때 계부에게 처음 성적 학대를 당했다. 12살 때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2주 뒤 유산했다. 2022년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연방 차원에서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50여 년 만에 폐기하자 공화당이 집권한 일부 주는 강간, 근친상간도 예외로 하지 않는 강력한 낙태금지법을 제정했다. 이후 듀발이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연을 공개하면서 전국적인 반향이 일었다. 계부는 체포돼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날 민주당의 상징색인 푸른 재킷을 입고 마이크를 잡은 듀발은 계부로부터 당한 끔찍한 경험을 들려주며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12살 때 첫 임신 테스트를 받고 그때 처음으로 (낙태)선택권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트럼프의 낙태 금지 정책으로 인해 오늘날 전국의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선택권이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고 했다.

최근 미드웨이대를 졸업한 듀발은 재학 중 축구 선수로 활동했고 후배들을 위한 멘토로도 봉사했다. 미드웨이대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희망과 권한 부여의 등불이 되기까지 그녀의 여정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 남자 친구와의 연애를 인증하는 사진을 올렸고, 가장 인기 있는 이들만 될 수 있다는 ‘홈커밍 퀸(homecoming queen)’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