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5일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으며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자 국제사회의 시선은 헤즈볼라를 후원하는 이란에 집중되고 있다. 이란은 지난달 31일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강력한 보복을 공언했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뒤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물밑으로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란의 새 외교사령탑 압바스 아락치 신임 외무장관. 2015년 이란과 P5(유엔안보리상임이사5국과 독일) 사이에 핵합의가 이뤄질때 실무 협상팀에 몸담았던 인사였다. /AP 연합뉴스

이번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서로에 대한 공습이 이란 주류 보수파를 자극해 보복 동참을 이끌어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은 일단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며 신중한 모습을 이어갔다. 한편으론 “시점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반드시 실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바스 아락치 신임 이란 외무장관은 24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관영 인사통신이 보도했다.

아락치 장관은 독일·영국·프랑스 외무장관과 연쇄적으로 전화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시온주의 체제(이스라엘)가 이란의 주권을 침범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보복은 정확하고 계산된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이 팽배한 보수파와 중동 전면전 확전을 우려해 성급한 군사 행동을 경고해온 서방 양측을 의식해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보수파가 다수인 이란 의회의 승인으로 지난 21일 취임한 아락치는 이란이 2015년 핵개발을 억제하는 대신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핵합의를 할 때 협상팀에 몸담았던 인사다. 지난달 초 당선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또한 서방과의 핵합의 복원과 민생고 해결을 내세운 온건·개혁파다. 이 때문에 이란은 서방과 갈등을 심화시키지는 않겠다는 기조로, 급히 이스라엘을 보복 공격하는 대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 협상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