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북한이 러시아에 특수부대 병력 1500여 명을 파병했으며, 최대 1만여 명을 더 보낼 것”이라고 18일 발표하자 해외 언론들은 일제히 이를 긴급 타전했다. 각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황 급변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참전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사실이라면 매우 우려된다고 했다. 숀 사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본지에 보낸 성명에서 “보도들이 정확한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러시아를 대신해 싸우는 북한 군인들에 대한 보도들을 고도로 우려한다. 사실이라면 위험한 전개”라고 했다.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백악관 차원의 브리핑을 요구했다. 그는 “북한군이 러시아 영토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거나 우크라이나 영토로 진입하는 것은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미국 CNN은 20일 “120만명의 병력을 보유한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군대를 보유한 국가 중 한 곳이지만 실전 경험은 많지 않다”며 “이번 파병은 국제 분쟁에 북한군이 개입해 중요 역할을 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과 회원국들은 “북한군 파병이 사실로 확인되면 러시아와 북한에 추가 제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 장관은 19일 “엄청난 확전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도 “북한이 핵개발로 (동아시아) 지역 안보를 위협한 데 이어 러시아를 지원해 유럽의 갈등마저 지속시키고 있다”며 “글로벌 분쟁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이지만, 물론 이 입장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우회적으로 북한과 러시아에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 외교부는 18일 북한의 파병 소식에 대해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면서도 “모든 당사국이 정세의 긴장 완화와 정치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북·러의 군사 밀착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군사 전문가인 상하이 정법대 니러슝 교수는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북한이 한국, 미국에 맞서 러시아와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중국은 난처한 입장이 됐다”면서 “현 단계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침묵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군 파병설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