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에 2017년 설치됐다가 4개월만에 철거됐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이 도난 당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SCMP는 14일 해당 동상 제작을 지원한 중국계 비영리단체 카이사의 공동창립자 테레시타 앙시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그에 따르면 위안부 추모 동상은 2018년 4월 28일 필리핀에서 철거된 뒤 동상을 조각한 조나스 로세스에게 돌려보내졌다. 카이사 측이 동상을 설치할 다른 장소를 찾아 보는 동안 작가가 동상을 수리·보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카이사에서 동상을 설치할 새 장소를 찾아 연락하자 작가는 연락두절됐다. 추적 끝에 작가를 찾았지만 동상은 사라진 뒤였다. 카이사 측은 “작가와 겨우 연락이 닿았을 때 그는 작업실에서 동상이 도난당했다고 말했다”면서 “1t이 넘는 동상은 그냥 훔쳐갈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작가는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동상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동상이 도난된 시점과 사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높이 3m의 일본군 위안부 추모 동상은 필리핀 국가역사위원회와 위안부 피해자 단체가 2017년 12월 마닐라만(灣) 인근에 처음 설치됐다. 필리핀 여성 1000여명이 1942~1945년 일본의 점령 당시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동상은 2018년 4월 28일 철거됐다. 철거 시점은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마닐라 총회 날인 2018년 5월 3일 직전이었다. 당시 카이사는 일본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직접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SCMP에 따르면 동상 철거 후 필리핀의 한 의원은 당시 ADB 총재였던 일본인 다케히코 나카오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마닐라 지하철 건설 자금 지원 조건으로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는 첩보를 받았다. 하지만 ADB 측은 이를 부인했다.
필리핀은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공적개발원조(ODA)도 받고 있다. 2019년 필리핀이 지원받은 전체 ODA의 39%인 85억달러가 일본의 차관과 보조금이라고 SCMP는 전했다.
2018년 12월 30일 필리핀 북부 라구나주(州) 산페드로시 여성의 집에 설치됐던 ‘평화의 소녀상’도 일본 측 항의로 이틀 만에 철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