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대를 향한 군경의 강경진압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미얀마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28일(현지 시각) 최대 도시 양곤과 남부 해안도시 다웨이 등에서 군경의 발포로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반군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하루에 이처럼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은 “시위가 시작된 이래 가장 핏빛으로 물든 날이었다”며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고 최루가스를 터뜨렸다”고 전했다. 찰스 마웅 보 미얀마천주교 추기경은 트위터에 “나라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적었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군경이 아침 일찍부터 집결한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여러 방향에서 발포했으며, 가슴에 총탄을 맞은 한 남성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졌다고 현지 언론들이 의료진을 인용해 보도했다. 여성 한 명도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심장마비로 추정되는 증세로 사망했다는 목격담도 전해졌다.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와 다웨이에서도 경찰의 발포로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망자 숫자가 10명을 넘어섰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미얀마군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주 시위에 대처하기 위해 최소한의 무력수단을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사상자 속출 소식이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의 수위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미얀마 군경이 전국 각지에서 유혈 진압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는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체포·연행도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 AP 통신은 “군경의 시위대 해산 수법이 더욱 가혹해지고 있다”며 “체포된 시위대원 상당수가 악명높은 정치범 수용소인 양곤 외곽의 인세인 감옥에 갇히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