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76) 필리핀 대통령이 내년 부통령 출마 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2일(현지 시각)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재진 앞에서 정계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은퇴 발언은 자신의 최측근인 크리스토퍼 봉 고 상원의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친 뒤 나온 것이다.
두테르테는 “이번 결정은 대중 의견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다수의 필리핀인들은 내가 자격이 없으며 헌법을 위반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테르테는 봉 고 의원을 지지해달라고 촉구했다.
필리핀 대통령은 6년 단임제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다른 선출직에는 나설 수 있다. 앞서 필리핀 집권당 ‘PDP 라반’의 두테르테 계파는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두테르테를 내년 부통령 선거 후보로 추대했다. 이에 야당 일각에서는 두테르테가 내년 선거에서 부통령에 당선된 뒤 후임 대통령으로부터 권좌를 물려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두테르테에게 후임자 물색은 중요한 문제다. 두테르테는 2016년 7월부터 ‘마약과의 전쟁’에 돌입했고, 이 과정에서 60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필리핀 국내외에선 이를 반인륜적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임기를 마친 두테르테가 법정에 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그가 자신을 보호해 줄 후임 대통령을 원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테르테의 부통령 출마 포기 선언을 계기로, 그의 딸인 사라 다바오 시장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는 이미 시장 재선거에 입후보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런데도 고령에 접어든 두테르테가 딸에게 대선 출마의 길을 열어두려고 은퇴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 대선 후보 등록은 오는 8일까지다. 다만 사퇴와 후보 교체는 11월15일까지 허용된다. 따라서 두테르테가 막판에 발언을 번복할 여지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