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태풍 ‘라이’가 휩쓸고 간 필리핀에서 15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나왔다고 AP·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19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중부 보홀주(州)의 아서 얍 주지사는 이번 태풍으로 최소 72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또 10명이 실종됐으며, 통신 두절로 주 내 48명의 시장 중 33명만 연락이 닿는 상태라고 말했다. 보홀은 필리핀에서 열째로 큰 섬으로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지역이다.
태풍 ‘라이’는 지난 16일 필리핀에 상륙, 남부·중부지방을 관통하며 큰 피해를 입혔다. 태풍이 처음 상륙한 남동부 디나가트섬에서도 사망자 10명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AP에 따르면 이날까지 필리핀 재난 당국이 집계한 총 사망자는 최소 146명에 달한다. 로이터는 필리핀 당국 관계자를 인용, 사망자 대부분이 바람에 쓰러진 나무에 깔리거나 익사했다고 전했다. 현재 필리핀 재난 당국은 군경과 소방관을 동원해 인명 구조 및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또 이번 태풍으로 이재민 30만명이 발생하는 등 약 78만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디나가트섬에서는 거의 모든 주택의 지붕이 파손되거나 완전히 날아갔으며 최소 227개 도시와 마을에서 전기가 끊겼다고 AP는 보도했다.
미국 태풍경보센터(JTWC)에 따르면 라이의 최대 풍속은 시속 259㎞에 달해 ‘수퍼 태풍’으로 분류됐다. AP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발생한 이번 태풍은 현지인들에게 2013년 약 6300명의 사망자를 낸 태풍 ‘하이옌’의 악몽을 되살리게 했다”고 전했다.
한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18일 남부 레이테 지방 등 피해 지역을 방문, 피해 수습을 위해 20억 페소(약 475억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카를로 노그랄레스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가능한 한 빨리 모든 구호 물품이 재난 지역에 전달되도록 모든 정부 자원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