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당시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오른쪽) 총통과 라이칭더 부총통 당선자가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새 주석에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이 선출됐다. 라이 주석은 내년 1월 13일 실시되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아주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3연임 금지 규정으로 내년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다.

15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차이 총통이 주석에서 물러나면서 이날 치러진 주석 보궐선거에서 라이 부총통이 단독 출마해 99.65%의 표를 얻었다. 라이 주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복잡하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만을 확실하게 보호하고 대만의 민주주의·평화·번영을 증진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8일 주석으로 취임한다. 임기는 내년 5월 20일까지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라이 주석의 유일한 경쟁자로 꼽혔던 정원찬(鄭文燦) 전 타오위안 시장이 최근 (라이칭더에 대한) 총통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면서 “현재 민진당 내에서 라이칭더를 견제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13일 대만 신주에 있는 공군기지를 방문해 안내를 받고 있다./EPA 연합뉴스

이번 주석 선거는 차이 총통이 지난해 11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주석에서 물러나면서 치러졌다. 당시 민진당은 창당 이래 최대의 참패를 기록했다. 차이 총통 집권 이후 지속해온 ‘항중보대(抗中保臺·본토에 대항해 대만을 지키자)’ 카드의 효력이 떨어졌고, 코로나 대응 실패와 민생 문제가 심판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라이 주석의 민진당은 지난 지방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반중 노선을 견지할 전망이다. 라이 주석은 차이 총통보다 더 강경한 반중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19년 일본을 방문해 “대만과 일본, 나아가 미국이 공통으로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라는 위협”이라며 미·일·대만 협력을 강조했다. 지난해 1월에는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주목받았다. 당시 대만 언론은 두 사람이 중국 문제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으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라이칭더는 대만 독립을 위한 실무자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대만 독립에 관한 발언을 해왔고, 대만 독립 강경론을 완고하게 고집한다”며 비판했다.

민진당의 반중 노선이 총통 선거에서는 여전히 훌륭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진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해 차이 총통이 민진당 주석에서 물러났지만, 홍콩 시위 사태 등이 맞물리면서 2020년 총통 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한편, 제1야당인 국민당에서는 지난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주리룬(朱立倫) 주석과 폭스콘의 궈타이밍(郭臺銘) 창립자 등이 총통 선거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의 증손자이자 지난 지방선거에서 타이베이시 시장에 당선된 장완안(蔣萬安)도 유력 후보로 꼽히지만 그는 차차기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오는 2024년 총통 선거에서 어떻게 ‘친중 꼬리표’를 떼고 대미 관계를 돌파할지는 국민당의 숙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