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아다니 그룹 사태’로 궁지에 몰렸다. 회계 부정 의혹이 제기돼 시가총액이 반 토막 난 아다니 그룹에 공영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모디 총리와 가우탐 아다니 회장의 유착설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한층 매서워지고 있다.
7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과 ANI 통신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전날 뉴델리와 뭄바이, 콜카타 등 주요 도시에서 아다니 그룹 사태와 관련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인도 연방의회 제1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당원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 수백 명이 아다니 그룹 사태에 대한 의회 조사를 촉구하며 모디 총리와 아다니 회장의 인형을 불태우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여 수십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야권은 국영 인도생명보험공사(LIC)와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 등 공영 기업이 아다니 그룹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LIC는 아다니 그룹의 주력 기업인 아다니엔터프라이즈의 지분 4.25%를 갖고 있고, 아다니항만(9.14%), 아다니토털가스(5.96%)에도 투자했다. SBI는 아다니 그룹에 약 2700억루피(약 4조1000억원)를 투자했다.
아다니는 인도의 대표적인 물류·에너지 기업이다. 1998년 아다니 회장이 창립한 이후 30년 만에 항구·공항 운영 등 인프라 사업과 석탄·가스 등 자원 개발, 유통, 전력 사업을 아우르는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 1~2년 새 모디 정부의 인프라 확충 정책과 맞물려 급속도로 성장하며 주가가 1500% 급등했다, 아다니 회장은 한때 세계 2위 부호에 올랐다.
아다니 그룹은 지난달 24일 미 행동주의 펀드 힌덴버그 리서치가 주가 조작과 분식 회계 등 의혹을 제기한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 시가총액 1180억달러(약 148조원)가 증발했다. 글로벌 금융정보기관 S&P는 아다니항만과 아다니전기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아다니 그룹의 성장 과정에서 모디 총리와 유착설이 끊임없이 제기된 만큼 시위의 화살은 모디 총리를 겨냥하고 있다. 아다니 회장과 모디 총리는 모두 서부 구자라트주 출신이다. 모디 총리는 2001~2014년 구자라트주 총리를 지냈고, 2014년부터 연방 총리를 맡고 있다. 그는 2014년 선거운동을 벌이며 아다니항공 전용기에 탑승해 구설에 올랐다.
모디와 아다니 양측 모두 유착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아다니 회장은 최근 인디아투데이TV 인터뷰에서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내 직업적 성공은 어떤 개인 지도자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 측도 아다니 그룹 문제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