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에는, 미국 대선 외에도 미국과 중국이 모두 주목하는 또 다른 대선이 있다. 바로 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 대선이다. 약 340개의 섬으로 구성된, 전체 면적(458㎢)이 서울보다도 작은 이 나라의 인구는 1만8000명. 필리핀의 동쪽에 위치해, 태평양에서 벌어지는 미ㆍ중의 전략적 싸움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올해 이 나라 대선에선 현직인 수랑겔 휩스 주니어(56) 대통령과, 토머스 에상 레멩게사우(68)가 맞붙었다. 레멩게사우도 2000~2020년까지 16년간 대통령을 지냈다. 또 휩스가 레멩게사우의 여동생과 결혼해, 섬나라 팔라우의 이번 대선은 처남ㆍ매제 간 대결이다. 현재로선 누구의 승리도 예측하기 힘들다.

처남과 매제 간 대결이 된 팔라우 대선의 두 후보인 수랑겔 휩스 주니어 대통령(왼쪽)과 그의 처남인 토머스 에상 레멩게사우 전 대통령.

사실 팔라우는 전통적인 친미(親美)국가다. 미국이 이 나라와 맺은 ‘자유연합협약(COPA)’에 따라 매년 전체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4000만~5000만 달러를 원조하고, 대신에 미국은 팔라우의 국방을 지키며 영토ㆍ영해ㆍ영공에서 자유롭게 군사 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이 주목을 끄는 것은 중국이 태평양으로 계속 팽창주의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 게다가 팔라우는 전세계에서 타이완과의 수교를 유지하는 12개 나라 중 하나인데, 정작 나라 수입의 40%에 해당하는 관광객의 절대 다수는 중국인이다. 코로나 전에 10만 명의 중국인이 이곳을 찾았다. 중국은 팔라우의 이런 경제 상황을 이용해서, 2017년에는 팔라우 패키지 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시켰고, 지난 6월에도 팔라우에 대한 ‘여행 자제 주의’를 내리면서 팔라우 재정을 압박한다. 현재 COPA에 따라, 중국은 팔라우의 영해와 항구 모두 사용할 수 없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반면에, 미국은 유사시 괌과 같은 태평양 미군 기지에 대한 중국의 집중 공격에 대비해 공군 자산을 분산 배치하려고, 현재 2차 대전 때 쓰고 방치한 팔라우의 펠렐리우 섬 활주로를 다시 닦고 2개의 레이더 기자도 설치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재단’의 인도ㆍ태평양 선임 연구원인 클레오 파스칼은 “중국으로선 어떻게 해서든 팔라우에 파고드는 것이 극도로 시급한 과제”라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말했다.

현재 대통령인 휩스 주니어는 더 적극적인 친미주의자다. 워싱턴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작년에는 중국의 공격에 맞설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를 배치해 달라고 미군에 요청하기도 했다. 휩스는 “중국이 남태평양에서 필리핀에 한 짓을 보라”며 “우리 주변에도 암초와 섬들이 많아, 한순간에 중국이 필리핀 암초들을 점령한 것처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군 주둔이 억지력(presence is deterrence)”이라며 “중국이 들어오면 팔라우의 주권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매제인 레멩게사우는 좀 더 환경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또 미 군사력에 대한 의존은 불가피하지만, 미 군사력의 팽창과 영향력에 대해 좀 더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현재 팔라우ㆍ타이완 간 외교 관계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좀 더 개방적이길 원한다. 일부 정치인은 친미 정책으로 팔라우가 오히려 중국의 ‘과녁’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레멩게사우는 원래 정치로 복귀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휩스 집안이 지난 4년 동안 580만 달러에 달하는 미군 계약 37건을 수주하고 다른 경쟁업체들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주민 6000여 명이 그에게 정치 복귀를 청원했다고 한다. 물론 휩스 대통령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이런 ‘이해 상충’ 비난에 대해 “중국이 써 준 스토리를 읽는다” 고 반박한다. 그의 처남인 레멩게사우는 “중국과 미국이 태평양 전략에서 상대를 앞지르려고 하지만, 우리에게 안보는 국방이나 군사화가 아니라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라고 가디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