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국경 분쟁으로 다수의 사상자를 냈던 중국과 인도가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판공호(湖)에서 다시 대치했다. 지난 7월초 양국이 국경 분쟁 재발 방지에 합의한지 두달만에 상대가 국경을 침범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인도 주재 중국 대사관은 1일 “8월 31일 인도군이 기존 합의를 깨고 중국과 인도의 국경지역인 판공호 남부 등 지역에서 불법 월선(越線)을 감행했다”며 “인도는 중국의 영토 주권을 엄중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도 측에 엄정하게 항의했고, 일선 부대를 엄중히 단속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인도와 국경 일대를 담당하는 중국 서부전구도 전날 성명을 통해 “중국군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관련 상황의 진전을 주시하고 중국 영토주권과 국경의 평화 안정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인도 국경수비대가 대치한 히말라야 산맥 판공호. 양국이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실질통제선(LAC)을 기준으로 대치하고 있다. 2017년 판공호의 모습. /AP 연합뉴스

인도 매체들은 전날 인도 국방부를 인용해 “중국이 기존의 합의들을 깨고 도발적인 군사 행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인도 언론들은 중국이 인도가 관할권을 주장해온 판공호 남쪽 지역에 군을 배치했고,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양측 국경수비대가 상대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대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고 한다.

판공호는 히말라야 산맥 해발 4200m에 위치한 둘레 134㎞의 호수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을 확정하지 못한 채 호수 왼쪽 3분의 1은 인도가, 오른쪽 3분의 2는 중국이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인도는 실질통제선(LAC·국경 분쟁 지대에서 통제권을 구분하는 선)보다 8㎞ 동쪽까지가 인도 관할 범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군과 인도군은 지난 6월 판공호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갈완 계곡에서 돌과 몽둥이를 휘두르며 싸웠다. 인도군 20명이 사망하고 중국군도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양국 간 국경 분쟁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은 1975년 이후 45년 만이었다.

인도에서는 대대적인 반중 운동이 일어나자 7월 5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아짓 도발 인도 국가안전보좌관과 화상 회의를 열고 LAC에서 분쟁 재발을 피하기로 합의하고 대치 중인 군대를 뒤로 물렸다. 하지만 합의 두 달 만에 또다시 국경 지역에서 분쟁이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