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이 연일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0일 국경절 연설에서 “약함을 보이고 물러난다고 해서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방력 건설을 강조했다. 이날 중국 관영 매체는 중국군이 중국 남부 푸젠(福建), 광둥(廣東)성 해안에서 실시한 대규모 상륙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두 지역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만과 마주한 곳이다. 대만에 대한 경고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 매체가 공개한 훈련 장면에는 수륙양용 전차, 공격 헬기, 다연장포, 기뢰 제거용 무인 선박 등이 대거 등장했다. 관영 CCTV는 "과거와 달리 난도가 높은 야간 훈련도 실시됐다”고 했다. 영상에는 중국군이 야간에 섬에 상륙하고 수륙양용 전차가 어둠 속에서 상륙함에 오르내리는 장면도 나왔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국경절 전날인 9일과 당일인 10일 중국군 정찰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날 국경절 기념사에서 “바다 건너편의 군사적 확장과 도발에 직면해 우리는 방위 전력 현대화를 계속하는 한편 비대칭 전력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을 향해서는 “베이징이 대만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양안 관계를 다루는 태도를 바꾸라”고 했다. 지난해 홍콩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대만 내 반중(反中) 여론이 높아졌고, 올 1월 대선에서 반중 성향의 차이 총통이 역대 최대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차이잉원의 연설에 대해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대결적 사고와 적대 의식을 드러내고 (대만) 독립을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또 “대만 독립은 막다른 길이고, 대결의 길에는 출로가 없다”고 했다. 중국은 대만이 독립에 나설 경우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대만은 중국 첫 근대국가인 중화민국 설립의 도화선이 된 1911년 10월 10일 우창 봉기를 국경절로 기념한다. 중국은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설립을 국경절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