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12일(현지 시각) 홍콩 정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람 장관은 이날 중국 방문 계획을 밝혔다. /AP 연합뉴스

홍콩 최상층 지도부에 코로나 바이러스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캐리 람 행정장관이 코로나 감염자가 나온 한 음악회에 참석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람 장관은 14일(현지 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로 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9일 홍콩 최대 번화가인 침사추이의 홍콩 문화센터에서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렸다. 총 2000명가량이 앉아있던 객석엔 람 장관과 그를 수행하던 내무장관이 자리했다. 그런데 이날 연주자 1명이 최근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연주자 등 100여명이 격리 중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홍콩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람 장관 측은 이날 신속히 관련 성명을 내며 코로나 감염 우려를 일축했다. 람 장관 측은 성명에서 “보건 당국 의견에 따르면 람 장관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람 장관 측에 따르면 그는 공연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누구와도 악수하지 않고 인터미션 때 공연장을 떠났다고도 한다.

그러나 람 장관의 감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SCMP에 따르면 공연 날 연주자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썼지만 입으로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관악기 연주자 등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양성 판정을 받은 단원은 클라리넷 연주자로 알려졌다. 람 장관은 무대와 비교적 가까운 5번째 줄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했다. 이 연주자의 비말이 람 장관에게까지 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람 장관은 최근 이틀간 1차례 이상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검사 결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홈페이지

람 장관을 수행한 캐스퍼 쓰이 잉와이 내무장관의 감염 우려도 있다. SCMP에 따르면 잉와이 장관은 9일 공연 때 무대 뒤에서 지휘자와 15분 이하의 대화를 나눴다. 둘 다 마스크를 쓴 상태였지만 밀접히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감염자가 공연 이전에도 다른 단원들과 수일간 리허설을 했고 공연 날에도 로비·커피숍 등을 활발히 돌아다녔다는 점이다. 홍콩 당국자들에 따르면 내무장관 역시 향후 코로나 검사를 신속히 받을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일각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코로나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람 장관은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그는 14일 선전경제특구 설립 40주년 기념식에서 전날부터 선전에 와 있는 시 주석을 만날 예정이다. 람 장관이 코로나에 걸렸다면 시 주석에게 코로나가 전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성명에서 “홍콩 문화센터의 해당 콘서트 홀과 각 사무실들은 방역을 위해 2주간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6·17일과 다음주 예정돼 있던 공연도 취소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홍콩은 13일 8명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를 기록했다. 홍콩에선 현재까지 5200명 넘은 누적 확진자가 나왔고, 이중 105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