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BTS)의 6·25 발언이 “중국을 모욕했다”고 주장을 보도한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이번엔 익명의 한국 네티즌을 인용해 “우리(한국)는 중국 팬이 필요 없다”는 기사를 실었다.

BTS의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은 한·미 양국 우호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our two nations)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발언이 6·25 당시 중국군의 희생을 무시했다는 주장을 폈고 애국주의 성향의 관영 환구시보가 이 발언을 소개하며 논란을 키웠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은 불매 운동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중국에서 BTS 관련 상품 판매와 광고를 중단했다.

환구시보는 14일에도 한국 언론 기사에 달린 익명의 댓글을 인용해 ‘BTS 말은 잘못이 없고, 우리는 중국 팬이 필요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한국에서 중국 네티즌의 과도한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라고 소개했다. 환구시보 기사는 펑파이 등 일부 매체가 전재(轉載)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또 전날(13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BTS의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2위를 동시 석권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중국이 트집 잡은 BTS 수상소감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중국 내 민족주의 강경파의 목소리를 전하며 입지를 키워온 매체다. 중국과 입장이 다른 국가나 인물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모욕적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한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를 배치하자 2017년 사설을 통해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한국)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 “사드 배치 완료 순간, 한국은 북핵 위기와 강대국 간 사이에 놓인 개구리밥이 될 것” “한국인은 수많은 사찰과 교회에서 평안을 위한 기도나 하라”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중국과 호주 관계가 악화되던 지난 5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주는 항상 소란을 피운다.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처럼 느껴진다. 가끔 돌을 찾아 문질러줘야 한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한편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BTS에 이어 소속사인 ‘빅히트’를 비난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과 1인 인터넷 매체들은 빅히트가 BTS 발언에 대해 사과는 하지 않고 중국 내 저작권 문제만 지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 한국 매체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인 ‘빌리빌리’에 BTS 공연 영상이 불법으로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기사에서 빅히트 측은 “확인해 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일부 네티즌들은 마치 빅히트가 적반하장식으로 중국를 비판했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14일 오전 중국 인터넷에서는 빅히트가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