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에서 열린 대만 국경절 행사장에 중국 외교관이 난입하면서 양측간 몸싸움으로 번진 사건을 계기로 중국·대만간 갈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양측이 모두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피지 경찰에 수사를 요구하면서 사건은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앞서 이달 8일 피지 수도 수바에 있는 호텔에서 대만의 대사관 역할을 하는 상무대표처가 국경절(쌍십절)을 맞아 개최한 리셉션에서 중국 외교관과 상무처 직원들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지난 8일 피지 수도 수바의 호텔에서 열린 대만 국경절 행사. /자유시보 연합뉴스

당시 중국 외교관들은 현장에 무단 난입해 참석자들의 사진을 찍었고, 이 과정에서 대만 측과 몸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다친 대만 관계자가 가벼운 뇌진탕 등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 사건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대만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중국의 거친 ‘전랑(戰狼·늑대 전사하는 뜻) 외교’가 ‘망나니 외교’로까지 변질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중국 대사관 측이 오히려 대만 대표처 관계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외교관들은 리셉션장 바깥에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대만 측이 먼저 중국 대사관 직원에게 말싸움을 걸었으며 신체 충돌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중국 측도 양측간 충돌로 외교관 1명이 부상하고, 물품 파손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상무대표처가 소위 국경절 행사를 공공연하게 개최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피지 정부의 대(對) 대만 관계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대만은 두 개의 중국 또는 하나의 중국·하나의 대만을 만들려고 의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태평양은 대만이 외교력을 집중하는 곳이다. 대만과 수교한 15개국 중 4개국이 이 지역에 있다. 하지만 피지는 1975년 일찌감치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중국이 대만의 외교 활동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였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대만은 최근 미·중 갈등 격화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외교적 입지를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령 괌과 아프리카의 미승인국가 소말릴랜드에 잇따라 외교공관 역할을 하는 대표처를 문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