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송인 리쉐친(李雪琴)이 11일 온라인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방송 캡처

중국 토크쇼 경연대회에 출연해 일약 스타가 된 방송인 리쉐친(李雪琴)의 인기는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솽스이(雙十一, 11월 11일)에도 이어졌다. 그녀가 인터넷 생방송에 출연해 의류·화장품 등을 소개하는 이벤트를 열자 누리꾼 311만명이 접속했다. 중국에서 유행하는 ‘왕훙(網紅·인터넷 유명인) 마케팅’의 전형적 형식이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몰랐던 것은 접속한 311만명 가운데 300만명이 진짜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이 만든 가짜라는 점이었다.

중국 온라인 매체인 선왕(深網)이 최근 업계 인사 인터뷰와 내부 자료를 인용해 중국 왕훙 마케팅의 검은 실태를 폭로했다. 차명 휴대전화 수백 대를 이용해 가짜 온라인 생방송 참가자를 만들어주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려 채팅창에 진짜 누리꾼인 것처럼 댓글을 단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 생방송 행사를 여는 온라인 쇼핑몰이 일정 수 이상의 누리꾼 참여를 원하기 때문이다. 쇼핑몰의 의뢰를 받은 인터넷 생방송 주관 업체가 다시 접속자 수를 늘려주는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식이다. 익명의 업계 인사는 선왕에 “리쉐친의 온라인 생방송 판매의 경우 (회사에서) 300만명 이상이 참여하길 요구받았다”고 했다. 이 수를 맞추기 위해 가짜 누리꾼을 만드는 전문 업체가 동원됐다는 것이다.

전문 업체 A사 관계자는 선왕 인터뷰에서 “실제 사람을 고용해 생방송에 접속하게 할 경우 1인당 1시간에 15위안(약 2500원)인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10위안(약 1700원)에 1만 번 접속한 기록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가짜 누리꾼 1명을 만드는 데 0.17원 , 리쉐친 방송 때처럼 가짜 누리꾼 300만 명을 만드는 데 51만원이면 된다는 뜻이다.

실제 이 매체가 무작위로 인터넷 생방송을 고르고 A업체에 10위안을 지불하자 생방송을 보는 누리꾼 수가 3000명에서 5분 만에 1만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한다. 또 60위안(약 1만원)을 지불하자 100여 개의 온라인 생방송 채팅창에 ‘○○○(누리꾼 이름)이 물건을 구입했다’는 메시지가 떴다고 한다. 실제 구매가 일어난 것처럼 다른 소비자를 속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인터넷에서 ‘생방송 누리꾼 수 늘리기’ ‘생방송 인기’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관련 회사 광고가 잔뜩 뜬다. 이들은 스스로를 ‘스마트 광고 업체’로 부르는데, 차명 휴대전화 100여 대와 서버 등을 다 갖춘 공장을 만드는 데 6만위안(약 100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업계에서도 자정 노력을 한다. 틱톡은 올 8~10월까지 접속량 늘리기 등에 동원된 가짜 계정 120만 개를 폐쇄했다고 중국 매체 펑파이가 보도했다. 하지만 인터넷 생방송 쇼핑의 인기가 높다 보니 검은 거래 확산을 막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왕은 “업계에 거품이 가득하고 가짜 수치들이 겹겹이 쌓이고 있다”고 했다.

중국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2015년 이후 누리꾼에게 친근한 왕훙을 출연시키는 온라인 생방송 상품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넷 방송으로 1억위안(170억원) 이상을 파는 왕훙을 뜻하는 ‘1억 클럽’도 있고, 중국 대형 가전 회사인 거리(GREE)의 둥밍주(董明珠) 회장 등 기업인이 직접 방송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왕훙을 내세워 직접 온라인에서 제품을 팔거나, 제품 발표 행사에 거액을 지불하고 왕훙을 초대하기도 한다.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중국 인터넷 생방송은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큰 판매 채널”이라며 ”다만 인위적으로 생방송 접속자를 늘리는 경우 실제 구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매체인 21세기경제보도는 최근 “인터넷 생방송을 통한 제품 판매의 경우 구매 취소율이 최대 20~30%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