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주재 중국 대사관이 호주 언론에 호주 정부의 반중(反中) 정책 14가지를 적시한 문건을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국 관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국익을 놓고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에 따르면 호주 주재 중국 대사관 관계자는 17일 이 신문 등 일부 호주 언론을 상대로 양국 관계 현안에 대해 브리핑했다. 중국 외교관은 이 자리에서 호주와 중국 관계에서 논란이 된 14가지 사건을 적은 문서를 전달했다. 문서에는 호주 정부가 빅토리아 주(州) 정부가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는 것을 막은 것을 비롯해 코로나 기원에 대한 독립 조사를 요구하고, 중국 기업의 호주 인프라·농업 분야 투자를 막았다고 적시했다.
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호주의 5G(5세대 이동통신)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으며, 싱크탱크에 반중 연구 자금을 지원하고, 대만·홍콩·신장위구르 문제에 대한 국제포럼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은 화가 나 있다”며 “당신들이 중국을 적으로 돌리면 중국도 당신들을 적으로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의 이런 접근은 호주에서 강한 반발을 낳고 있다.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해 격리 중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어떻게 외국인투자법을 정하고 5G 네트워크를 구축할지, 외부 간섭 없이 우리 제도를 운용할지 등의 문제에서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호주는 전체 수출의 40%, 일자리 12개 중 1개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가 코로나 기원에 대해 조사를 요구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국 연합체)에 적극 참여하자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중국은 올 들어 반덤핑 조사, 검역 등의 이유를 들어 철광석, 보리, 육류, 와인, 랍스터 등 호주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거나 통관을 강화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호주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대해 잘못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고, 도발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을 해온 것이 양국 관계가 난국에 빠진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