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8일부터 호주산 와인에 대해 사실상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은 매년 1조원어치의 호주산 와인을 수집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호주는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 연합체)에 참여하고 코로나 기원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면서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어왔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초기 조사 결과 호주산 와인에 덤핑 판매가 존재했고 중국 와인 산업이 실질적인 손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며 “보증금 형식의 반(反)덤핑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8일부터 호주산 와인을 중국에 수입하는 업체들은 최종 덤핑 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와인 가격의 107~212%의 보증금을 중국 당국에 예치해야 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8월 중국와인협회 신청에 따라 호주산 와인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보증금 예치가 사실상 관세 역할을 하면서 중국 와인 시장에서 프랑스·이탈리아·칠레산과 경쟁해온 호주 와인은 가격 경쟁력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호주 최대 와인 수출업체 중 하나인 트레져리 와인 에스테이트의 주가는 중국의 관세 부과 소식이 알려지자 11% 폭락했다. 호주 ABC 방송은 와인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이달 초 중국 와인 수입업체들에게 호주산 와인 수입을 잠정 중단하라고 구두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2019~2020년 1년간 호주산 와인의 중국 수출액은 전년대비 13% 증가한 12억5000만 호주달러(약 1조177억원)를 기록했다. 중국 수입 와인 시장에서 호주산 와인 점유율은 37%로 프랑스(27%), 칠레(13%), 이탈리아(6%)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 당국은 이번 조치가 호주 와인 산업에 “끔찍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호주는 전체 수출의 40%, 일자리 12개 중 1개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가 코로나 기원에 대해 조사를 요구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에 참여하자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중국은 올 들어 반덤핑 조사, 검역 등의 이유를 들어 철광석, 보리, 육류, 와인, 랍스터 등 호주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거나 통관을 강화했다.
지난 17일에는 호주 주재 중국 대사관 관계자가 일부 호주 언론에 브리핑을 하면서 “중국은 화가 나 있다”며 “당신들이 중국을 적으로 돌리면 중국도 당신들을 적으로 돌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호주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대해 잘못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고, 도발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을 해온 것이 양국 관계가 난국에 빠진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