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최소 3개 성(省)에서 전기 부족과 제한 송전으로 가로등이 꺼지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당국은 갑작스러운 한파(寒波)로 전기 사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중국이 호주와 외교 마찰을 빚은 이후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줄이면서 화력 발전소 연료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창장(長江) 이남인 저장(浙江), 후난(湖南), 장시(江西)성의 여러 도시에선 최근 몇 년간 없었던 대규모 전기 부족 사태가 나타났다. ‘세계의 최대 도매시장’인 저장성 이우(義烏)시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공급 제한으로 저녁 시간 가로등과 상점 간판이 꺼졌다. 이우의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 홍성신문에 “전기 공급 제한 조치로 공장을 하루 가동하고 3일을 쉬고 있다”고 했다.
장시성 정부는 성 내 전력 사용량이 공급량을 따라가지 못하자 지난 15일 아침·저녁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시간에 순차적 전기 사용(제한 송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후난성 창사(長沙)시는 경관 조명을 중단하고 전기 난로, 전기 오븐 등 전기 다소비 제품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대형 빌딩과 아파트 엘리베이터 가동이 중단되면서 시민들이 20층을 걸어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중국 경제·에너지 계획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17일 “공업 생산이 늘어나고 저온 한파가 겹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중국은 북부 지역에 대해서만 겨울철 열수(熱水) 난방을 공급하기 때문에 남부 주민들은 온풍기 등 전기를 이용해 난방한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11월 중국의 전력 사용량은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 여기에 일부 송전 시설이 고장 나면서 다른 지역에서 이 성(省)들로 보내주는 전기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이번 전기 부족 사태가 발전용 석탄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전기의 70%를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을 이용한 화력 발전에서 얻는데 중국산 석탄은 가격이 비싸고 질이 낮아 발전소들은 외국산에 의존한다. 2019년 한 해 중국은 석탄 총 2억6500만t을 수입했다. 인도네시아산(53%), 호주산(28%) 순이었다.
홍콩 명보는 중국이 지난해부터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줄였고 최근에는 아예 중단하면서 중국 내 발전용 석탄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분석했다. 호주는 중국의 코로나 발원설 조사를 주장했고,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 안보 협력체 쿼드(미·일본·인도·호주)에 참여했다. 이에 중국이 쇠고기, 보리, 와인 등 호주의 주요 수출품에 대해 수입을 중단하거나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중국 인민대 국제에너지전략연구센터 쉬친화(許勤華) 주임은 홍성신문에 “석탄 공급은 항구 등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공급·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중국과 호주의 관계가 석탄 시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발개위는 지난 12일 10대 발전 기업들과 좌담회를 열고 발전소들에 호주산을 제외한 석탄 수입 확대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