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김선생] 새우 군만두 상추쌈

중국 당국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에 따라 제정 중인 식품 낭비 금지법 초안이 공개됐다. 공무원의 식사량을 규격화해 관공서와 공기업 접대, 회식 등에서 음식 낭비를 막고, ‘먹방’(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인터넷 동영상)에 대해서는 최대 1700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2일 베이징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반식품낭비법’ 초안을 심의하기로 했다고 중국 관영매체가 23일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법 초안에 따르면 현(縣)급 이상 정부는 매년 식품 절약 업무 내역을 공개하고, 정부 부처와 공기업은 공무 접대, 회의, 연수·교육에서 음식 낭비 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또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을 보여주는 먹방은 금지되며 당국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방송을 하면 1만위안(약 170만원) 이상 10만위안(약 1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식당들은 음식을 남기는 손님에게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중국에서 낭비되는 음식은 도시 지역에서만 매년 1750만t에 달한다.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가족과 식사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중국 최고 지도자까지 나서서 음식 낭비 억제 드라이브에 나선 것은 식량 생산·안보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8월 “음식 낭비 현상이 가슴 아프다”며 입법·감독 등을 동원해 음식 낭비를 단호히 막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식량 안보 위기의식’을 언급했다. 중국 창장(長江) 일대의 홍수로 농지가 잠기고 코로나의 영향으로 곡물 수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던 시점이다. 시 주석은 지난 16~18일 열린 경제 공작 회의에서도 내년도 경제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로 ‘식량 안전’을 꼽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식량 생산량은 6억9950만t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했다.

음식 낭비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시 주석 개인적 경험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16살이던 1969년부터 7년간 중국 산시(陝西)성 농촌에서 생활했다. 문화대혁명으로 아버지 시중쉰이 ‘반동분자’로 몰려 감금되자 당시 마오쩌둥의 지시에 따라 농촌으로 내려간 청년 대열에 합류해 밭을 갈았다. 베이징에서 먹던 쌀과 밀가루 대신 거친 잡곡을 먹어야 했다. 시진핑과 함께 산시성 토굴에서 생활했던 레이핑성은 “배에 기름기가 없어서” 시 주석과 함께 특식으로 나온 돼지고기를 칼로 잘라 날로 먹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