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중국인 10명이 스파이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고 복수의 외신들이 보도했다. 중국이 테러 조직을 색출하기 위해 비밀리에 해외 작전을 펼치다 발각됐다는 것이다.
인도 일간지 힌두스탄타임스와 프랑스 공영방송 RFI 등은 지난 25일 익명의 서방 외교관 등을 인용해 아프간 국가안전국(NDS)이 지난 10일부터 수도 카불에서 체포 작전을 벌여 간첩, 테러 조직 운영 혐의로 중국인 10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들이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와 연계된 인물로 추정되며, 10명 중 2명은 탈레반과 연계된 무장 단체인 ‘하카니 네트워크’와 접촉했다고 전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1980년대 아프간의 대(對)소련 전쟁 당시 군벌이었던 잘라루딘 하카니가 만든 무장 단체다. 파키스탄 북부를 거점으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무장 반군 단체인 아프간 탈레반과 동맹을 맺고 2011년 카불 인터콘티넨털호텔 테러 등을 감행했고, 2012년 미국 정부에 의해 테러 단체로 지정됐다.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하카니 네트워크와 접촉한 2명은 중국인 ‘리양양’과 ‘샤헝’이다. 리양양은 지난 7~8월쯤부터 중국 스파이로 활동해 왔으며 지난 10일 아프간 당국이 그의 집을 급습했을 때 탄약과 환각제로 쓰이는 케타민 분말이 나왔다. 아프간 당국은 리양양 심문 과정에서 “아프간 동부 국경 지대에서 테러 단체인 알카에다, 탈레반, 위구르족 활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샤헝은 여간첩으로 카불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하카니 네트워크와 접촉했으며, 그의 집에서도 역시 폭발물이 발견됐다.
체포된 중국인들의 행적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프간에 가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조직을 만들어 진짜 ETIM 조직원들을 소탕하려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인도 언론들은 전했다. ETIM은 이슬람교를 믿는 중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이 세운 무장 독립 단체로 파키스탄 등을 거점으로 활동해왔다. 2003년 천안문 차량 돌진 테러, 2011년 신장위구르자치구 연쇄 테러 등의 배후로 지목됐다. 중국은 그동안 신장 지역 위구르족의 독립 움직임을 극도로 경계하며 이들을 압박해왔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ETIM이 계속 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며 ETIM을 테러 단체에서 제외하자 중국 정부는 “각종 테러를 저절러 왔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아프간 정부는 무장 세력 소탕 사실은 밝히면서도 중국과의 연계성은 부인했다. 암룰라 살레 아프간 제1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카불에서 진행된 작전은 테러·납치에 가담한 수배자들을 체포한 것”이라며 “체포된 사람 중 외국인은 없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