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제국인 알리바바그룹 창립자이자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인인 마윈(馬雲·56) 전 회장이 두 달 넘게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그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당국이 반(反)독점과 금융 안정을 이유로 알리바바그룹을 조사하고 사업 재편까지 요구한 상황이라 일부 중국 네티즌은 ‘마윈 실종’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마 전 회장은 2019년 회장직에서 은퇴했지만 개인 최대 주주로 그룹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가 공개 석상에 나온 것은 지난해 10월 23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 연설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중국 고위 당국자들 앞에서 “세상에 위험이 없는 혁신은 없다”며 보수적인 중국의 금융 감독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2일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금융 기술) 기업인 앤트그룹 경영진과 함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금융 감독 당국에 불려가 면담을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그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중국 금융 감독 당국은 지난달 26일 앤트그룹 관계자를 다시 소환해 “전자 결제(알리페이) 서비스에 집중하라”며 사업 재편을 요구했다. 하지만 11월 1차 면담 때와 달리 그가 참석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구독자가 2600만명이 넘는 개인 소셜미디어에도 10월 17일 이후 한 편의 글도 올리지 않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 창업자를 지원해 주는 방송 프로그램인 ‘아프리카 비즈니스 영웅들’에 심사 위원으로 참여했지만 지난달 11월 결승 녹화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결승전 심사에 참석하길 고대한다”고 했었다.
중국 투자자문회사 BDA차이나의 던컨 클라크 대표는 “현 상황에서 알리바바가 (정부와)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마윈은 눈에 안 띄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침묵은 분명히 특이하다”고 미 CNN에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이달 초 마윈에게 국내에 머물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대학 영어 강사 출신인 마윈은 1999년 알리바바를 세웠다. 혁신을 강조하는 그를 중국 젊은 층은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칭송했다. 하지만 최근 관영 매체 등 중국 선전 기관이 그와 알리바바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내놓으면서 소셜미디어에는 그를 “자본가”라고 비판하는 네티즌이 많다.
그는 1999년 창업 당시 회사 동료 10여명 앞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에게는 혁신 정신이 있기 때문에 정부 기관, 민영 기업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마불사(大馬不死)’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집중포화에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언제 공개 활동을 재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