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돌아온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1일부터 15일까지 동남아시아 4개국을 방문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새해 들어 첫 15일 가운데 11일을 해외 순방에 투자한 셈이다.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영향력 다지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왕 부장은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보츠와나, 탄자니아, 셰이셜 5개국을 방문하고 9일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11일부터는 미얀마,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이다. 애국주의 성향인 환구시보 영문판은 왕 부장의 이번 방문이 “미국이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획책하고, 남중국에서 ‘소란’을 일으킨 와중에 이뤄진다”고 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 안보 협력 단체인 쿼드(Quad)를 활성화시키는 한편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겪는 베트남을 우군으로 만들려 해왔다. 환구시보는 “하지만 코로나 기간 중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연합) 국가들은 미국의 졸(卒)이 되지 않겠다는 마음을 분명히 가지게 됐다”고 했다.
왕 부장은 지난해 8월 중국·베트남 국경 개방 20주년 기념식에서 베트남 외교장관을 만났고, 지난해 10월에는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라오스, 태국, 싱가포르 등 아세안 5개국 방문했다. 이번 아세안 순방을 통해 반년 사이 아세안 10국을 모두 개별 접촉하는 셈이다. 왕 부장의 아세안 순방은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 아세안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트럼프는 아세안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에 2018~2020년 3년 연속 불참하는 등 다자외교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동맹 강화를 앞세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아세안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아세안 외교 관계 수립 30주년인 올해 아세안 외교에 외교적 자원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합의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완성과 경제 협력 강화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왕이 부장은 올초 중국 신화통신·CCTV 공동 인터뷰에서 “아세안은 중국의 산과 물이 이어져 있고, 핏줄이 가까운 우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