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가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재무보고서에서 중국 지도를 잘못 사용해 중국 네티즌을 화나게 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환구시보는 지난해 BTS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한·미 양국 우호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our two nations)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하자 “중국군의 희생을 무시했다”며 가장 적극적으로 문제로 삼았던 매체다.
글로벌타임스가 문제라고 지적한 중국 지도는 업체가 국가별 매출 현황을 소개하는 내용에 배경으로 들어간 세계 지도다. 흐리게 표현된 세계 지도에 중국과 인도 국경선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지도를 찾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는 중국 네티즌의 주장을 소개했다. 중국 지도 정확성 문제는 애국주의 성향의 중국 네티즌들이 외국 기업을 공격하는 단골 소재이지만 보고서의 배경에 흐리게 처리된 것까지 문제 삼는 것은 드물다. 이 매체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BTS의 소속사라고 강조하며 지난해 RM의 6·25 관련 발언을 거론, “(미국만 편드는) 일방적인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민족주의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논란이 돼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본인의 책상 위에 있는 신문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최근 몇년간 사세를 확장했다. 중국과 입장이 다른 국가나 인물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모욕적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한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를 배치하자 2017년 사설을 통해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한국)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 “사드 배치 완료 순간, 한국은 북핵 위기와 강대국 간 사이에 놓인 개구리밥이 될 것”이라고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과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내년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올해와 내년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로 선포했지만 최근 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문화 기원 논쟁이 계속되면서 관계가 더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환구시보 등 민족주의 성향의 매체와 조회 수를 높이려는 인터넷 매체들이 네티즌의 자극적 주장을 소개하며 이런 논쟁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동영상 사이트인 빌리빌리 등에서도 ‘한국’을 검색하면 혐한 콘텐츠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중국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