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슈퍼윙스/EBS 홈페이지 캡쳐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에서 방송 중인 한국 애니메이션이 중국을 모독했다고 주장해 해당 프로그램이 최근 중국 대형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 삭제됐다고 홍콩 매체가 12일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중국 네티즌이 한국 애니메이션 슈퍼윙스에 전쟁을 선포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인 ‘출동 슈퍼윙스’가 중국 지도를 잘못 사용하고 추석이 한국에서 기원한 명절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출동 슈퍼윙스’라는 이름으로 2014년부터 방송되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비행기들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물건을 배달하거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세계 각지의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콘텐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5년에는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총괄 제작은 한국 회사가 맡았지만 중국 기업도 투자자로 참여했고 2015년에 중국에서 방송되기 시작해 인기를 끌어왔다. 중국 취학 전 아동을 상대로한 온라인 교육 영상 자료로도 쓰인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이 불만을 제기하면서 해당 애니메이션이 최근 유쿠, 빌리빌리 등 중국 대형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국산 애니메이션 '출동 슈퍼윙스'에 나오는 지도. 중국 네티즌이 지도가 중국 영토를 정확히 묘사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소셜미디어 캡쳐


SCMP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은 주로 이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지도를 문제 삼고 있다. 인도와 국경 분쟁을 벌이는 중국 서부, 백두산 일대 중국 영토가 정확히 묘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지도를 보면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국경 모양이 간략히 표현돼 있다. 오히려 지도에는 중국 시장을 의식한 듯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구단선(九段線)까지 표시돼 있다.

중국 네티즌은 주인공 비행기가 추석을 맞아 송편 재료를 배달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한 중국 네티즌은 “그 장면을 본 우리 딸이 중추절(추석의 중국식 표현)이 한국에서 시작됐고, 우리도 송편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며 “중추절과 월병(중추철 때 중국에서 먹는 음식)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고 했다.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이후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으로 중국에서는 한국산 영화, 한국 연예인들의 대형 상업 공연 등이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다만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은 일부 문화 분야 협력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월 전화 통화에서 올해와 내년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로 선포했고, 중국은 지난해 12월 4년 만에 한국산 게임에 대해 판호(서비스 제공 허가)를 발급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행보와 달리 최근 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김치 등을 둘러싸고 기원 논쟁이 계속되며 오히려 중국 내에서 반한 분위기는 커지는 양상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 등 민족주의 성향의 매체와 조회 수를 높이려는 인터넷 매체들이 네티즌의 자극적 주장을 소개하며 이런 논쟁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동영상 사이트인 빌리빌리 등에서도 ‘한국’을 검색하면 한국 혐오 콘텐츠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중국 정부가 이를 내버려두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