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통상 2월 말, 3월 초 허베이(河北)와 네이멍구 등 베이징 주변 지역의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인공강우를 실시한다. 구정 연휴가 끝나고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3월 초·중순 베이징에서 열리는 최대 연례 정치 행사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로 국내외 관심이 베이징에 집중되는 것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양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베이징에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양회 블루(하늘이 파랗다는 의미)’가 없었다. 베이징의 공기 질은 지난 4일 양회 시작과 함께 나빠지기 시작해 10일엔 5단계(총 6단계 중 둘째로 심각한 수준)를 기록했다. 베이징시는 시내 초·중·고의 야외 활동을 금지했다. 공기 질이 나빴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중국 당국의 배출가스 저감 지시를 따르지 않았던 일부 기업들도 있었다.
지난 11일 오전 황룬추(黃潤秋) 중국 생태환경부 부장(장관) 일행이 중국 허베이성 탕산(唐山)시를 찾았다. 양회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장관이 베이징을 비운 것이다. 황 부장 일행은 시 관계자들과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진마강철, 화둥강철 등 제철·금속 업체 4곳에 들이닥쳤다. 탕산은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00여㎞ 떨어진 공업 요충지로 철강 공업이 발달해 있다. 여기서 발생한 오염 물질은 서해를 건너 500여㎞ 떨어진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사 결과, 황 부장이 방문한 기업 4곳 모두 정부의 배출 가스 감축 요구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탕산시는 지난 8일 대기오염 2급 비상경보를 발령하고 제철, 시멘트 기업에 생산 중단과 가동률 축소를 지시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공장을 정상 가동하면서 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 조사 정보도 몰래 교환했다. 황 부장은 “대기오염 방지 업무가 여전히 엄중한 만큼 사명감을 갖고 (산업 배출 가스) 저감 정책이 100% 그대로 시행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당국은 공장 관계자들을 체포하고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
한국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중국발 미세 먼지 유입 등으로 이 시기 한국 수도권과 충청에서도 초미세 먼지가 ‘나쁨’을 기록했다. 중국 당국은 그간 한·중 간 미세 먼지가 논란이 될 때마다 “산업 배출 가스 저감 조치 등을 통해 중국의 공기 질은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