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덮친 10년 만에 최악의 황사가 16일 한반도로 건너와 전국을 덮은 가운데, 중국 정부가 한국 언론의 ‘중국발 황사’란 표현에 발끈하며 중국 기원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황사는 중국 국경 밖에서 시작됐고 중국은 단지 거쳐 가는 곳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번도로 건너온 이번 황사는 16일 중부지방과 영·호남, 제주까지 전국을 덮쳤다. 이날 지역별 미세 먼지(PM10) 농도는 경북 안동이 한때 333㎍/㎥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전남 장흥(357㎍/㎥), 강원 정선(358㎍/㎥), 제주 성산(390㎍/㎥) 등이 300㎍/㎥을 넘었다. 미세 먼지 ‘매우 나쁨(151㎍/㎥ 이상)’ 최소 기준의 2배를 넘긴 것이다. 서울도 100㎍/㎥ 안팎을 보였다. 이번 황사는 17일에도 이어진다.
이를 두고 한국 언론이 일제히 ‘중국발 황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보도하자 중국 정부가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언론이 ‘중국발 황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현지 언론의 질문에 “환경과 대기 문제는 국경이 없다”며 “검측기관에 따르면 이번 황사는 중국 국경 밖에서 시작됐고 중국은 단지 거쳐 가는 곳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몽골이 최근 황사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면서 최근 황사의 시작점을 몽골로 지목한 뒤 “하지만 중국 여론은 몽골에서 황사가 시작됐다고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적이고 건설적인 태도로 관련 문제를 바라보고 불필요한 언론 플레이를 삼가야 한다”면서 한국 언론을 ‘훈계’했다.
중국 언론도 한국 언론을 향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한국 언론은 베이징의 누런 하늘이 담긴 사진과 중국을 잡고 늘어지며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꾸며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황사나 미세먼지를 논할 때 한국 언론은 늘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는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서도 관심을 모아 3억20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댓글만 2만개 가까이 달렸다.
왕겅첸 중국 사회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의 황사는 네이멍구(內蒙古) 남동부 등에서 한반도에 이르는 통로를 통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편향적인 시각보다는 과학적인 통계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 기상청은 황사가 지난 14일부터 중국 내몽골과 고비 사막 부근에서 발원해 15일 베이징을 덮쳤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