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싼싱두이(三星堆·삼성퇴)의 ‘제사갱’(祭祀坑)에서 발견된 황금 가면/신화 연합뉴스

중국 쓰촨성에서 3000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금 가면이 출토되면서, 황하 하류 중심의 중국 고대사를 새로 써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일 신경보·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문화재 당국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쓰촨성 싼싱두이(三星堆·삼성퇴)의 ‘제사갱’(祭祀坑) 6곳에서 3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황금 가면과 함께 청동기, 옥기, 상아 등으로 만든 유물 500여 점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황금 가면은 일부가 사라진 상태였다. 이 황금 가면의 크기는 폭과 높이가 각각 23cm, 28cm이며 무게는 280g가량이다. 금 순도는 약 84%로 온전한 상태로 보존됐다면 전체 무게가 약 500g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금 가면의 용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제사장이 종교 의식을 거행할 때 쓴 것이라는 게 가장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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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쓰촨성에서 진행된 이번 발굴이 주목받는 것은 동시대 ‘중원’ 지역의 공예품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고대사에서는 동부 황하 하류 평야 지역인 중원을 중화 문명의 중심으로 일컬어왔다.

중국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시진송 부소장은 “중원 지역은 중국사에서 오랫동안 중화 문명의 가장 진보된 중심지로 믿어왔고, 그 외 지역은 오랑캐 지역으로 간주됐다”며 “그러나 쓰촨 싼싱두이에서의 새로운 발견들은 중화 문명 역사가 이전에 생각해왔던 것보다 훨씬 복잡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또 “알려지지 않은 고대 문명이나 문명의 융합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안 서북대학의 고고학자 자오콩캉은 “이 작품들 중 일부는 양쯔강 유역의 강남 지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발견된 물건들과 흡사한 것으로 (고대 쓰촨 지방이) 미지의 고립된 문명이 아니라 여러 지역과의 폭넓은 교류를 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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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 광한(廣漢)에 있는 싼싱두이 유적지는 신석기부터 고대 상나라에 해당하는 시기까지 약 2000년에 걸친 시대의 흔적을 보전한 곳으로, 1934년 첫 발굴이 시작됐다.

쓰촨성은 지리적으로 중국 고대 상나라의 중심지로 여겨지는 중원과 수천km 떨어져 있다. 또한 춘추전국시대에도 쓰촨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서성 시안을 중심으로 한 ‘관중’ 지방에서 친링산맥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오지로 인식돼 교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중국 고대사에서 제대로 된 기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변방 지역으로 인식됐다. 기원전 316년 진나라 장군 사마착이 정복하고 한나라 고조 유방이 한때 파촉 지방을 본거지로 삼으면서 쓰촨성 일대가 중국 역사에 본격적으로 편입됐다.

SCMP는 “미스터리한 문명의 보물들은 중국의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다”며 “쓰촨성에서 출토된 정교한 공예품들은 (황하 중심의) 전통적 서사에 도전하는 선진 문명이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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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새롭게 조명받는 싼싱두이 문화를 자국의 역사와 문화의 일부로 포섭하는 학술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쑹신차오 국가문물국 부국장은 국가 중심으로 진행 중인 싼싱두이 유물 발굴이 중국 역사의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시작한 국가적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주류로 간주하는 한족(漢族) 외 다른 소수 민족의 역사를 적극적으로 중국의 역사로 포함하는 작업을 체계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쑹신차오 부국장은 이 프로그램의 목적을 “다른 지역 간의 사라진 연결 고리를 연결함으로써 중국 문명의 형성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