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23일 “중국의 미래는 위대할 것(great)”이라고 했다. 중국 당국이 최근 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군(軍)과 주요 공공기업 임직원에게 테슬라 전기차를 이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자 반(反)테슬라 정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재빨리 중국 비위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이날 리커창 총리가 주관하는 ‘중국 발전 고위급 포럼’에 참석했다. 비공개로 열린 이 포럼은 화상으로 진행됐는데 중국 관영 CCTV가 포럼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머스크와의 90초짜리 사전 인터뷰 영상을 내보냈다. 머스크는 영상에서 중국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 대해 “저탄소 경제와 지속 가능 에너지 경제를 조기 달성한다는 목표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계획은) 진취적이고 위대한 목표”라면서 “다른 나라도 이런 목표를 세우길 기대한다”고 했다.
머스크는 또 중국의 내수 확대 전략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중국의 미래는 위대할 것이고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로 성장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장기적으로 우리의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고, 차량 생산 대수와 고객 수가 가장 많은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테슬라의 매출은 315억달러(약 35조7000억원)였는데 이 중 미국에서의 매출이 48%, 중국 매출이 21%를 차지했다. 머스크는 앞으로 중국이 미국보다 더 큰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한 것이다.
머스크의 이날 영상 속 발언은 의례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최근 중국 당국이 테슬라를 콕 집어 압력을 가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 중국 당국이 정보 유출 위험 때문에 일부 국영기업 직원들에게 테슬라 전기차를 타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앞서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 등을 제재하자 이에 대한 반격의 성격으로 이런 조치를 내린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스파이 짓을 했다면 공장 문을 닫겠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당국이 테슬라 측 관계자를 불러 “중국 법규를 엄격히 준수하고 내부 관리를 강화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