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들이 H&M, 나이키 등 세계적 스포츠·패션 브랜드에 대해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 업체들이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면화나 제품을 공급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서방의 중국 제재에 동참한 것이라는 이유다. CCTV,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매체와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까지 합세하면서 불매운동이 확산할 조짐이다.
불매운동은 지난해 H&M이 발표한 성명이 24일 중국 온라인에서 뒤늦게 회자하면서 시작됐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세계 2위 패션 업체 H&M은 지난해 3월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강제 노동과 소수 민족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권 단체와 언론의 주장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국가와 상관없이 어떤 형태의 강제 노동에도 반대하며 납품 과정에서 그런 사실이 확인되면 즉각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H&M은 또 “신장 면화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신장은 의류 소재가 되는 면화의 중국 최대 생산지다.
이 성명은 지난 22일 유럽연합(EU), 미국, 영국, 캐나다가 신장 위구르 인권 상황을 비판하며 신장 전·현직 공안 고위 관료 4명을 제재하면서 다시 이슈가 됐다. H&M 홍보 대사로 활동해온 중국 연예인 황쉬안(黃軒)은 24일 소셜미디어에 H&M과의 협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온라인에서도 H&M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H&M 중국 법인은 24일 밤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환구시보 등 애국주의 매체는 물론 인민일보, CCTV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타오바오, 징둥 등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H&M 제품이 사라졌고, 신장 우루무치 등 일부 도시에서는 H&M 매장이 25일 사과문을 게시하고 문을 닫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신호를 주는 것은 자살과도 같은 행동”이라는 네티즌 반응을 소개했고, 중국공산당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은 소셜미디어에서 “신장 면화를 보이콧하려 헛소문을 퍼뜨리면서 중국에서는 돈을 벌고 싶으냐”고 공격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나이키도 겨냥했다. 나이키가 신장 지역의 강제 노동과 관련한 보도에 우려를 표하고, “나이키는 이 지역에서 제품을 공급받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일부 네티즌은 나이키 신발을 불태우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고, 나이키 중국 광고 모델인 왕이보(王一博)는 나이키와 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갈수록 애국주의의 지뢰밭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