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얀마 국경에 군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미얀마 언론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얀마 사태가 내전으로 격화할 양상을 보이면서 미얀마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석유·가스관을 보호하려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군부에 반대하는 소수 민족 무장 단체와 국제사회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대규모 난민 사태에 대비하는 등 다목적 용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미얀마 매체인 이라와디는 복수의 국경 지역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며칠간 중국 군인을 실은 트럭들이 중국 남부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의 제가오(姐告) 지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제가오는 중국과 미얀마 국경 검문소, 세관이 있는 지역이다. 이 매체는 미얀마 내 반중(反中) 정서로 미얀마 서부 짜욱퓨와 중국 윈난성 쿤밍(昆明)을 잇는 길이 800㎞의 석유·가스관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중국이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라와디는 앞서 중국이 지난 2월 말 미얀마 군부에 석유·가스관에 대한 경비 강화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쿠데타 이후 중국은 내정(內政) 불간섭 원칙을 내세웠고 미얀마인들은 “중국이 군부를 지지하고 있다”며 반중 시위, 중국산 구매 거부 운동을 벌였다. 지난달 14일에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시위대가 중국 의류 기업 30여곳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카친족(族) 등 소수 민족 무장 단체도 미얀마 군정에 대한 무력 투쟁을 시작한 상태다.
미얀마 군경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대 사망자가 500명을 넘으면서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평화적 시위대를 겨냥한 (미얀마 군부의) 폭력과 여성,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수백 명의 죽음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일 말레이시아 외교장관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는 내정 불간섭 원칙이라는 국제 관계의 기본 전제 아래 미얀마 내 정치 화합에 양호한 환경을 만들어야지 월권행위를 하거나 멋대로 압박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미얀마 군부에 체포된 아웅산 수지(76) 국가고문은 최대 38년형을 받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지 고문의 변호인인 킨 아웅 조는 로이터통신에 군부가 수지 고문을 공직자비밀엄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군부는 지난 2월 수지 고문이 허가받지 않은 수입 무전기를 소지했다며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을 시작으로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 선동, 전기통신법 위반, 뇌물수수죄 등으로 기소한 상태다. 6가지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수지 고문은 최대 징역 38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