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이 세운 ‘후판(湖畔)대학’이 간판을 내리고 창업연구센터로 이름을 바꿨다고 홍콩 명보가 18일 보도했다. 후판대학은 2015년 마윈이 차세대 기업가를 양성하겠다며 민간 기업인, 학자들을 모아 세운 비즈니스 스쿨이다. 중국 정부가 알라바바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이뤄진 조치다.

후판대학 소셜미디어 계정은 17일 이름을 ‘저장성 후판창업연구센터’로 바꿨다. 교육 기관이 아니라 ‘민정부(중국의 행정안전부 격) 산하 비영리 사회서비스 조직’이라 표시됐다. 이날 인터넷에는 인부들이 ‘후판대학’이라는 표지석을 가림막으로 가린 채 ‘대학’이라는 글자를 지우는 사진도 올라왔다.

마윈 전 회장이 2015년 설립한 후판대학은 알리바바가 본사가 있는 동네인 저장성 항저우의 후판화원단지에서 이름을 따왔다. 마윈이 직접 초대 총장을 받을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후판대학은 창학 선언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문명 시대, 기업가 정신을 가진 차세대 기업가를 양성한다”고 밝혔다.

대학은 문을 열자마자 마윈과 인연을 맺으려는 기업인들이 몰렸다. 학교 측은 창업 3년 이상, 연 매출 3000만위안, 30인 이상 고용, 3인 이상 추천 등을 충족해야 하는 조건을 걸었다. 명보에 따르면 5년간 이 학교에는 1만1788명이 지원했지만 255명만 선발(합격률 2%)돼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윈은 “후판대학은 다른 비즈니스 스쿨과 다르다. 기업가들에 어떻게 창업을 할 지 가르치고, 창업한 기업이 더 오래 가도록 돕는 곳”이라며 “이 대학의 꿈은 300년간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윈이 중국 정부의 비판 대상이 되면서 학교의 운명도 달라졌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상하이에 열린 공개 포럼에서 중국 당국의 금융 규제를 ‘전당포식’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규제 당국은 중국 최대 모바일 결제 회사이자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을 중단시켰고, 중국 반독점 규제 당국은 알리바바가 온라인 판매자들에게 자사 플랫폼에만 물건을 독점 공급하도록 강제했다며 3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지난 4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후판대학이 3월말로 예정됐던 이번 학기 학생 모집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한 내부 인사는 FT에 “당국은 후판대학이 중국 일류 기업가들을 조직하고, 중국 공산당이 아니라 마윈의 의지에 따라 행동할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