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 시각) 2012년 중국 윈난성의 한 폐광에서 발생한 광부 의문사 사건을 거론하며 재차 코로나의 우한연구소 기원설에 주목했다. 앞서 WSJ는 전날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 3명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발병하기 직전에 코로나 유사 증세로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아팠다는 정보를 미국 정보 당국이 파악했다고 보도해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코로나 기원설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미 백악관은 이날 코로나 기원을 규명하기 위해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다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 중국 우한의 확진자들은 다수가 화난 수산시장을 방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AFP연합뉴스

이날 WSJ는 지난 2012년 4월에 중국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코로나 확산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며 ‘코로나 우한연구소 유출설'에 대해 보도했다.

당시 윈난성 모장현에서 광부 6명이 박쥐 배설물을 청소하러 광산에 들어갔다가 의문의 질병에 걸렸다. 이들 중 3명은 결국 사망했다. 이후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중국인 과학자들이 광산 박쥐들을 포획해 조사를 벌였고, 여러 종류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쿤밍 의대 교수의 보고서는 당시 환자들의 상황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한 42세 환자는 광산에서 박쥐 배설물을 청소한 뒤 2주간 고열과 기침 증상을 호소하다가 2012년 4월 25일 입원했다. 입원 직전 3일간 이 환자는 호흡곤란을 겪으면서 군데군데 피가 비치는 녹빛 가래를 토하기도 했다고 한다.

CT(컴퓨터 단층) 촬영에서는 심각한 폐렴이 발견됐다. 이때 환자의 폐에 나타난 반점은 현재 코로나 환자에게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이후 일주일 내로 나머지 광부 5명도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들 광부는 30세에서 63세 사이로 나잇대가 다양했다.

WSJ에 따르면 아직 어떠한 가설도 확실한 근거를 확보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통설은 바이러스가 연구소 이외의 장소에서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한연구소 소속 연구자들이 아직 충분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이 공개한 정보들 중에서도 서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연구소의 코로나 유출설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코로나 감염자가 집단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해산물시장에서 작년 7월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우한시

WSJ는 최근 들어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과학자 27명은 코로나가 자연적으로 생겨난 게 아니라는 주장은 “음모론”이라고 지적했다. 이 중 3명은 현재 입장을 바꿨다. 연구실에서 사고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서명했던 버나드 로이즈만 시카고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바이러스를 연구실로 옮겨 연구하다가 누군가가 허술하게 유출했으리라고 확신한다”며 “그렇게 멍청한 일을 벌였다는 것을 그들은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13일에는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예일대 등에서 18명의 과학자가 모여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공개 청원을 보냈다. 이들은 “연구소 유출설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연구소에 기록을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방한 중인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정보본부를 방문, 이영철 본부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WSJ는 미국 정보당국의 비공개 보고서에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직원 3명이 2019년 11월 고열 등 코로나와 유사한 이상 증세로 동시에 앓았으며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 말인 지난 1월 발간된 국무부 설명서(Fact Sheet)에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몇몇 연구원이 2019년 가을 병에 걸렸고, 그 증상은 코로나 및 일반적 계절 질환과 일치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나온 것보다 진전된 내용이다.

하지만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이 (바이러스의) 실험실 유출설을 허위 선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우한연구소에서 공식 사례보다 일찍 환자 여러 명이 보고됐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이곳에서 발원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또 그동안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코로나 첫 사례는 2019년 12월 8일 우한 시내의 40대 남성이라고 밝혀왔다.

24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화상을 통해 제74차 세계보건총회(WHA)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올해 9월까지 모든 국가에서 인구의 최소 1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하자고 촉구했다. /AFP 연합뉴스

중국은 박쥐 등을 연구하던 우한연구소에서의 바이러스 유출설은 ‘음모론’이라며 강력 부인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 기원 조사를 위해 지난 2월 우한 등 현지 조사를 진행한 뒤 “실험실 유출설은 사실일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 영국, 한국 등 전 세계 14국은 ‘WHO의 코로나 기원 조사에 대한 공동 성명’에서 “WHO가 중국에서 진행한 코로나 조사가 상당히 지연됐으며, 완전한 원본 자료와 샘플에 대해 접근하는 것도 부족했다”면서 “코로나의 기원에 대해 외압이 없는 독립적인 분석과 평가를 지지한다”고 했다.

미국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지난 11일 한 온라인 행사에서”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인위적으로 ‘제조’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 능력이 허용하는 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가 찾아낼 때까지 중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계속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