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경찰서 곳곳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응용한 카메라를 설치하고 위구르인들의 감정을 읽어내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BBC 방송이 26일 보도했다. BBC 방송은 이 지역 경찰서에 이 AI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증언과 제공 자료를 토대로 보도했다.

신장 위구르 지역은 위구르족 1200만 명의 고향이며, 인구 대부분은 무슬림이다. 이 지역은 19세기 중반 청나라의 통제력이 약해지면서 독립해 동튀르키스탄 공화국이란 이름으로 몇차례 건국했지만, 1949년 중국에 강제 병합됐다. 중국 정부는 분리∙독립 세력이 강한 위구르족을 늘 감시하며, ‘재교육 센터’로 불리는 여러 곳의 강제수용 캠프에선 고문과 성폭행 논란이 끊이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

/자료=BBC

BBC는 “익명을 요구한 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AI 응용 카메라로 감정을 읽어낸 위구르족 5인의 사진과 그 ‘판독 결과’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엔지니어는 “중국 정부는 실험실의 쥐처럼 위구르족을 대상으로 여러 실험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서에 설치된 이 AI 카메라는 발목과 손목 등 신체를 움직이기 못하게 구속하는 의자에 앉은 위구르인으로부터 3m 떨어진 곳에 설치돼, ‘거짓말탐지기’처럼 대상자의 감정을 파악하는데 거짓말탐지기보다 훨씬 정교하다”고 말했다. AI 카메라는 실험대상자의 미묘한 표정 변화나 피부 모공의 변화까지 포착해 이를 분석한 뒤에, 원그래프로 그의 심리 상태를 결론내린다. 붉은색 부분은 실험 대상자의 마음이 불안하고 부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엔지니어는 “신뢰할만한 증거 없이, 이 그래프로 대상자를 미리 판단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담당 책임자인 소피 리처드슨은 BBC에 “강압적인 환경에서 엄청한 압박감을 받는 사람은 매우 불안한 것이 당연한데, 이를 유죄의 징후로 보는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중국 대사관은 감정 인식 소프트웨어의 사용에 대한 BBC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신장의 모든 소수민족들은 정치∙경제∙사회적 권리와 종교적 신념의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위구르 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유린적 감시는 계속 비난을 받아왔다. 미국 콜로라도대 대런 바일러 교수는 “위구르 족은 늘 관리들에게 DNA 샘플을 제공해야 하고, 디지털 스캔을 받고, 정부가 원격으로 자신의 연락처와 문자 메시지를 수집할 수 있는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야 한다”며 “위구르족의 삶이란 계속 데이터를 양산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정보는 통합데이터시스템(Integrated Joint Operations Platform)에 들어가, ‘왜 정문이 아니라 뒷문으로 나왔는지’ ‘본인 소유가 아닌 차량에 주유(注油)하는지’와 같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울 수 있는 행동을 포착한다고 한다. 심지어 최근엔 위구르족의 집마다 QR 코드를 부착해, 수시로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지난 2018년 7월 화웨이와 중국과학원이 미국에 얼굴인식 프로그램을 특허 출원했을 때에는, 미국 리서치 단체 IPVM가 “이 기술은 거리에서 위구르 족을 식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비판했었다. 전세계 8억개 가량으로 추정되는 CCTV 카메라의 절반이 중국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