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오는 6월 4일 천안문 사태 추모 집회를 불허한 가운데 집회 참가자를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그러자 홍콩 시민 단체들은 체포를 각오하고 개인 차원으로라도 집회를 열겠다며 반발했다.
홍콩 보안국은 29일 성명을 내고 “누구라도 비허가 집회에 참가하거나 이를 선전해서는 안 된다”며 “코로나 집합 제한령, 공안(公安) 조례, 홍콩 국가보안법 등의 법률에 도전하는 경우 경찰은 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홍콩 공안 조례에 따르면 불법 집회 참가자는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불법 집회 참가를 선전하는 경우 최대 1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1989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대학생, 노동자 등은 정치 자유화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덩샤오핑 등 중국 지도부는 6월 4일 군을 동원해 이들을 유혈 진압했다. 홍콩 시민 단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는 1990년부터 매년 홍콩에서 희생자를 기리는 집회를 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처음으로 집회가 불허됐고, 올해도 경찰이 코로나를 이유로 집회 불허 결정을 내렸다. 지련회가 상소했지만 홍콩 정부 집회·시위 상소위원회는 29일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지련회는 단체 차원의 집회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이야오창(蔡耀昌) 지련회 서기는 “6월 4일 오후 8시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서 촛불을 들 것”이라며 “체포, 투옥될 각오가 됐다”고 했다. 지련회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코로나로 문을 닫았던 천안문 사태 기념관도 재개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홍콩 천안문 기념 집회가 주목받는 것은 지난해 6월 말 홍콩 내 반중(反中) 행위를 감시·처벌하는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후 처음 열리기 때문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매년 촛불을 들고 “일당(一黨·중국 공산당) 독재 종식” “천안문 사건 재평가” 등의 구호를 외쳐왔다.
홍콩 경찰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일당 독재 종식” 구호가 처벌 대상이 되느냐는 질문에 “개별적 구호, 행위에 대해 답하기 어렵지만, 보안법 22조는 불법적 수단으로 중국 헌법의 근본 제도를 파괴하기 위해 조직·기획·실행하는 행위는 국가전복죄로 규정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