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대 부속병원 제1임상의학원 뉴하이타오 원장이 원격 수술을 하는 모습. /칭다오대병원

지난달 중국 베이징대 인민병원 린젠하오 교수는 베이징에서 카신베크병 환자 수술을 집도했다. 카신베크병은 셀레늄 부족으로 관절이 변형되는 질환. 주로 베이징에서 먼 중국 서부, 동북부에 환자가 많다. 이날 린 교수가 수술한 환자도 3000㎞ 떨어진 중국 서부 시짱(티베트)자치구 창두시 병원에 누워 있었다. 린 교수가 모니터를 보며 손잡이를 조작하자 그 움직임은 그대로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3000㎞ 떨어진 수술 로봇에 전달됐다.

국토 면적이 넓고 의료 시설이 부족한 중국은 원격의료에 대한 연구·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를 화상으로 연결해 단순 진료하는 수준을 넘어 5G 기술, 수술용 로봇을 결합해 안구(眼球), 관절, 종양 제거 등 복잡한 수술까지 시도하고 있다. 그 혜택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소도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대병원 제1임상의학원 뉴하이타오 원장이 원격 수술 장비를 이용해 3000㎞ 떨어진 구이저우성 안순시 병원 환자의 방광 절제술을 진행하는 모습. 뉴 원장이 수술장비를 원격으로 조종하자(왼쪽 사진), 그에 맞춰 현장에서는 로봇이 작동하며 실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칭다오대병원

의사 입장에서 원격 수술은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 린 교수 역시 수술에 앞서 환자가 입원해 있는 창두시 병원에서 미리 수술 부위 사진·영상 자료를 받아 검토하고, 환자 상태와 수술 방법에 대해 현지 병원 측과 온라인으로 협의했다. 하지만 심한 관절 질환을 앓는 환자가 비행기나 기차로 대도시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이 분야 최고 전문가에게 시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산둥성 칭다오대병원 제1임상의학원 뉴하이타오 원장은 최근 원격 수술 장비를 이용해 250㎞ 떨어진 린이시의 한 병원에 입원한 59세 남성 환자의 부신(콩팥 위에 있는 내분비샘) 종양 제거에 성공했다. 뉴 원장의 조종에 따라 수술 로봇이 환자 부신에 있는 가로 16㎜, 세로 20㎜ 크기의 종양을 떼어냈다. 뉴 원장은 이런 방식으로 병원 반경 200여㎞에 있는 도시 10곳의 환자 30명을 상대로 종양 제거 수술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병원에서 3000km 떨어진 구이저우성의 한 방광암 환자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하기도 했다.

정교한 원격 수술이 가능한 것은 의사들 노력과 함께 기술 발전 덕분이다. 뉴 원장이 원격 수술에 사용한 수술 로봇은 중국 업체인 웨이가오그룹이 만든 ‘묘수(妙手)’라는 로봇이었다. 지름 1㎜ 이하 미세 혈관을 수술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은 ‘의료 빈곤 퇴치’ 차원에서 원격의료를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중국 전체 구(區)급 이상 공립 병원 가운데 59%가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해 이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