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빈과일보 지지자인 한 시민이 19일 빈과일보 간부들에 대한 보석 재판이 열리는 법정 앞에서 빈과일보를 읽고 있다. AFP 연합뉴스

사주(社主)에 이어 편집국장 등 핵심 간부가 체포된 홍콩 반중(反中) 성향 신문 빈과일보(蘋果日報)가 이르면 26일 마지막 신문을 발행하고 문을 닫을 수 있다고 홍콩 명보가 21일 보도했다. 홍콩 당국이 회사 자산을 동결하면서 1300명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빈과일보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폐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창간 26년 만이다.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黎智英)의 측근 마크 사이먼도 이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달 말까지 (회사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더 어려워졌다. 며칠 내로 (폐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문 판매상 등이 우리 계좌로 (판매) 대금을 입금하려고 해도 거절되고 있다”고 했다. 사이먼은 2000년부터 지미 라이와 함께 일해왔다. 미국에 머무는 그는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된 상태다.

홍콩 당국은 지난 17일 경찰 500여 명을 동원해 빈과일보를 압수 수색하고 1800만홍콩달러(약 26억원)의 자산을 동결했다. 회사 간부 5명도 체포했다. 이 중 3명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빈과일보 라이언 로(羅偉光) 편집국장과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의 청킴흥(張劍虹) 최고경영자는 홍콩보안법상 외세결탁죄가 적용돼 보석이 불허됐다. 국제사회가 중국과 홍콩 관리를 제재해 달라는 글을 신문에 실었다는 이유다.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도 지난해 8월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현재 불법 집회 참여 혐의 등으로 20개월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며 홍콩보안법 위반에 대해 유죄를 받으면 형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5억홍콩달러(약 730억원)로 알려진 개인 자산도 동결된 상태다.

빈과일보는 1995년 지미 라이가 홍콩에 설립한 중국어 일간지다.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로 성공한 기업가였던 지미 라이는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충격을 받고 언론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3년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를 적극 지지하며 반중 매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친중 진영의 폐간 압박 속에 광고가 줄고, 20만부 가깝던 일(日)평균 판매 부수도 9만부 아래로 떨어졌다. 당국의 압박 속에 신문이 폐간 위기에 몰리자 일부 홍콩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 빈과일보 구독 인증샷을 올리며 구독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폐간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17일 홍콩 빈과일보 편집국에서 기자들이 자사 편집국장을 비롯해 경영진의 체포 소식을 다룬 기사를 편집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