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써온 홍콩 빈과일보가 24일자를 마지막으로 발행을 중단했다. 창간 26년만이다. 홍콩 시민 수백여명은 마지막 신문을 사기 위해 밤거리에서 3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렸다.
빈과일보는 이날 평소보다 10배 많은 100만부를 발행했다. 마지막 신문의 1면 제목은 “홍콩인들 빗속에서 아프게 이별, 우리는 빈과(일보)를 지지한다”였다. 24일 홍콩에는 비가 예보돼 있었다.
23일 저녁 빈과일보 편집국은 마지막 신문 제작을 취재하려는 다른 언론사 기자들로 붐볐다. 빈과일보 기자들은 플래시 세례 속에서 이날 총 18면짜리 신문을 제작했다. 오후 11시 45분 람만청(林文宗) 집행총편집인은 강판(신문 제작 시작)을 지시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 말 없이 동료들을 둘러 본 그는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직원들은 손뼉을 치며 “힘내라 빈과, 힘내라 홍콩”을 외쳤다.
같은 시각 신문사 건물 밖에서도 “고맙습니다. 지미 라이(黎智英·빈과일보 사주)” “고맙습니다. 빈과일보 직원들”이라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부 시민들은 선물을 놓고 가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홍콩인 힘내라” “언론 자유는 어디 있나” 같은 글을 붙이기도 했다. 빈과일보 기자들은 인쇄를 마친 신문을 들고 나와 건물 밖 지지자들에게 나눠주며 감사 인사를 했다.
몽콕 등 홍콩 밤거리에서도 23일 오후 10시부터 빈과일보를 사려는 시민 수백명이 거리에 줄을 섰다. 다음날 오전 1시 무렵 신문이 가판대에 도착할 때까지 3시간 이상 기다린 사람도 있었다. 매리 청도 그 중 하나다. 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빈과일보가 24일자를 마지막으로 신문 발행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들고 이날 오후 10시 가판대에 나와 기다렸다”며 “10부를 사서 친구들에게 주겠다”고 했다.
빈과일보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은 23일 오후 빈과일보 폐간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홍콩 당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주, 편집국장, 주필 등을 체포하고 회사 자산을 동결하면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홍콩 당국은 지난 17일 경찰 500여 명을 동원해 빈과일보를 압수 수색하고 1800만홍콩달러(약 26억원)의 자산을 동결했다. 넥스트디지털은 주간지인 이저우칸(壹周刊)도 23일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빈과일보는 1995년 지미 라이가 홍콩에 설립한 중국어 일간지다.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로 성공한 기업가였던 지미 라이는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충격을 받고 언론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3년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를 적극 지지하며 반중 매체로 자리 잡았었다. 지미 라이는 지난해 8월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됐고, 현재 불법 집회 참여 혐의 등으로 20개월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