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의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직원들에게 “미국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런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 26일 사내 온라인 포럼에서 공개됐다.
포럼에서 한 직원이 미국의 제재와 관련해 ‘회사가 중국 시장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런 회장은 “중국이 세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우리가 추구하는 글로벌화에 내수 시장도 포함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닫혀 있을 수 없다.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런 회장은 “미국의 압박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미국을 스승으로 삼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회사가 중국 시장에 집중하면) 그것은 고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9년부터 미국은 화웨이가 미국의 기술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당시 화웨이는 중국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이기도 했으나, 현재는 휴대전화 브랜드 ’Honor’를 매각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나 스마트 카 등 신규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런 회장은 ‘국제 정세가 빠르게 바뀌며 회사가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질문에는 “도전은 상수”라며 “회사는 국제적인 파트너들과 잘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우리는 진심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어려움이 있다면, 그건 우리가 남들이 할 수 없는 뭔가를 이뤄왔다는 뜻이고 우리 가치를 증명해주는 일”이라고 했다.
또 런 회장은 직원들에게 최근 중국 CCTV가 방영한 드라마 ‘각성 시대’(Awakening Age, 覺醒年代)를 추천했다.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드라마는 지난 1921년 중국 공산당이 창립될 당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에 관해 런 회장은 “역사상 진보가 쉬웠던 적은 없었다. 우리는 지난 세기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며 “모두들 이처럼 중요한 드라마를 꼭 시청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미국은 최근에도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 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들 기업이 중국의 군부나 정보기관에 연루돼 있다는 이유다.
지난 3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화웨이 등 중국 59개 기업에 대해 미국인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국 기업 48곳에 대해 투자를 금지한 작년 11월 행정명령에서 보다 강화된 조치다.
이어 지난 17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해 사전 장비 승인이 이미 발급됐더라도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제시카 로젠워슬 FCC 위원장 대행은 “우리 통신망에서 신뢰할 수 없는 장비가 배제될 것”이라며 “(화웨이 등 다른 중국 기업이) 미국서 이용할 기회가 남아 있어 우리는 그 문을 닫아 버리자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