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중공) 창립 10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30일. 베이징 도심의 둥청(東城)구 후퉁(작은 골목)에는 집집에 오성홍기(중국 국기)가 걸렸다. 무장경찰 차량이 좁은 골목을 다니고 노란 옷을 입은 자원봉사자도 10~20m 간격으로 골목에 앉아 행인들을 살폈다. 축하와 긴장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중국이 1일 오전 8시부터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중공 창립 100주년 기념식 행사를 연다. 전투기와 헬기가 베이징 상공을 날며 창당 100주년을 축하하고 시민 수만명이 축하 행진을 한다. 중공 창당 기념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도 생중계된다.
왕이 중국 외교장관은 29일 열린 G20(주요 20국) 외교장관 회담 화상연설에서 “100년 동안 중국공산당은 단결해 중국 인민을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세계에도 혜택을 줬다”고 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싱크탱크인 뉴차이나리서치는 29일 펴낸 보고서에서 효율적 통치 능력 등을 중공의 성공 비결로 꼽고 “세계 각 정당이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개방, 국제화 과정에서 중국은 공산당의 존재감을 국제 사회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공개적으로 중국식 통치 체제의 우수성을 외부로 적극 선전하고 있다, 이번 100주년 행사는 그 클라이맥스가 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이런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국(G7) 정상은 지난달 영국에 모여 중국 견제를 골자로 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중국의 공격적인 ‘전랑(戰狼)외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망명 중인 차이샤(蔡霞·68) 전 중공 중앙당교 교수는 미 보수 싱크탱크 후버재단을 통해 중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차이 전 교수는 “중국이 현재 겉모습은 강력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기간 더욱 분명해진 사회적 모순과 자기 의심으로 분열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중공은 굶주린 용과 같은 야망을 지녔지만 실제로는 종이호랑이”라고도 했다. 차이 전 교수는 지난해 미국 체류 중 한 모임에서 “시진핑은 마피아 두목 같다. 우리 당은 정치적 좀비가 됐다”고 말한 것이 알려져 당적을 박탈당했다.
베이징의 축하 분위기와 달리 홍콩 전역은 삼엄한 분위기다. 1일은 홍콩 중국 반환 24주년 기념일로, 매년 야권 시민단체 주도로 반중 집회가 열렸고, “일당독재 끝내자”는 구호도 등장했다. 하지만 올해는 집회가 원천 금지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 당국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일 경찰 1만명을 거리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경찰은 29일 집에 폭발물 제조 물질을 보유하고 있던 2명을 체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콩 노조, 야권 단체들은 홍콩 도심에 부스를 차리고 중국과 홍콩 당국을 비판할 계획이지만 규모는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홍콩 당국은 중공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홍콩 명물인 2층 버스에 축하 포스터를 붙이고 기념우표를 발행하는 등 분위기 전환에 나서고 있다. “홍콩이 이렇게 공개적이고 성대하게 중공 창당 기념일을 축하한 전례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28일 홍콩 대표단 70여명과 함께 베이징에 도착, 중공 창립 100주년 기념공연 ‘위대한 탄생’을 관람하고 1일 천안문 기념식에도 참여한다고 성도일보가 전했다.